우리는 '어린이 날'을 '자녀의 날'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다 커버려 휴일 이상의 의미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난 언제나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족한 엄마였기 때문에
이런 날 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싶어서다.
어제 늦은 밤.
독일에 있는 큰딸과 채팅을 했다.
집에 놀러 온 아는 언니가 운동화를 어떻게 빠느냐 묻더란다.
늘 봐오던 대로 운동화는 당연히 세탁기에 넣어 빨면 된다고 했단다.
그 언니가 화들짝 놀라는 건 당연지사.
우리 딸과 얼마나 큭큭거리며 웃었나 모른다.
우리집은 정말 운동화며 가방... 뭐든지 세탁기에 넣어 돌린다.
그것도 드럼세탁기에.
그러니 빨고나면 너덜너덜.
그래도 뭐 그러려니 한다.
여름에 교복을 갈아입으려는데 세탁된 게 없어서 빨래통에서 다시 집어다 입고
실내화는 거의 안 빨다가 수명이 다하면? 버리고
햇반을 수두룩하게 쌓아두고 먹고...
그래도 뭐 그러려니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환경이 친구들과 너무나 다름을 잘 알고 있다.
뭐든 스스로 해야만 하고
학원에 안 보내면서도 성적에 민감하거나 주변에 휘둘림 당하지 않고
고학년 시험기간에도 무신경하게 함께 여행 다니고...
- 물론 중학생이 된 후부터는 시험기간이면 집에 혼자 있게 하고 우리의 스케줄에 따라 우리끼리만 홀연히 떠났다.
우리 부부 나름대로의 배려ㅋㅋㅋ-
고3 부모들은 함께 입시를 치른다고 할 만큼 입시생에게 모든 걸 맞추던데
우리는 '너에게는 너의 일, 나에게는 나의 일이 있으니 각자 알아서 하자'다.
그렇게 안 하면 서로 많이 힘드니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그러려니 한다.
그렇게 큰 우리 아이들.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엄마인데도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제 할 일을 얼마나 철저히 하는지.
그러다 보니 큰딸은 수능만 치른 어린 나이에 혼자 유학길을 떠난 거고
아직까지 한 번도 난 딸아이한테 가보지 못 했다.
일을 올스톱하고라도 가면 갈 수는 있겠지만 딸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의 일인데 엄마가 오면 뭐 하냐며 오히려 부담스럽단다.
그러니 어찌 내가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하지 않겠는가.
내가 늙어 자연스럽게 일이 차츰 줄어들면
그때는 손자들도 키워주고 김치도 담아주는 진짜 현모양모가 되련다.
5월은 사방이 화려하다.
봄을 알리는 작고 여린 꽃잔디며 형형색색의 예쁜 꽃이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오가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변한 것 중 하나.
내 눈에 꽃이 보인다는 거다.
이전에는 꽃이나 나무, 계절의 변화 등 자연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내가 정말 사람 됐다.
여린 풀이나 꽃의 소중함이 느껴지고 사회의 작은 곳 어두운 곳도 보인다.
거의 노동 수준인 '캠핑'이라는 여가생활을 즐긴 후 생긴 변화이기도 하다.
내 손 안으로 쏙 들어오던 아이의 손과 발이 이제 더이상 들어오지 않을 만큼 커버린 지금
시소의 원리처럼 우리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주고 서서히 비어간다.
그나마 옆에 두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은 한 아이는 독일에 있으니.
아이들은 점차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그렇게 성장한 그들은 우리의 뒤를 이어 사회의 기둥이 되겠지.
살아가면서 힘들 때면
여행길에 보았던 자연을 생각하며 순환이나 인내의 이치로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으로 부모라면 늘 자녀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돌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수백 년 세월의 모진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힘든 공격까지 버텨 온 저 의연한 산성이 품은
크고 작은 저마다의 돌들.
크기와 생김새, 모양은 각각 달라도 그 쓰임새 만큼은 같을지니.
서로의 위치에서 각각의 역할로 모두가 소중한 하나의 구성원이고 기둥임을.
7살 차이가 나는 언니지만 개의치 않고 어릴 땐 종종 싸웠다.
그럴 때면 난 당연히 어린 동생을 아주 엄하게 꾸짖었다.
감히 언니한테 대드냐며
언니는 아빠 엄마가 없을 때 부모를 대신 할 부모나 마찬가지인 사람이라고.
그렇게 자라 온 아이라 그런지 유난히 언니를 믿고 따른다.
언니가 없는 빈자리를 의젓하게 대신하는 이 아이.
또 하나의 나의 기둥이다.
언제나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주길 자녀의 날을 맞은 오늘,
나는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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