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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김장체험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0. 12. 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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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김치를 아주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김장을 할 줄 모른다.

이론으로는 알지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자신이 없다.ㅠㅠ

그런데도 없어질 때 쯤 되면 누군가가 한 통씩 줘서 김치를 먹게 되고

한 학부형은 아예 우리 몫의 김장을 정성꼇 담궈 해마다 택배로 보내주기까지 한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완전 친정언니같다.

그런데 허리아프게 김장할 걸 생각하면 힘들게 뻔해 굉장히 미안하다.

그래서 올해 우리 것은 하지 말라 했는데

아니란다.

그런 소리 말란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올해는 우리 가족도 그 작업에 참여하기로 한다.

비록 우리가 경험이 없어 시키는 일만 할테니 좀 답답하긴 할 것이고

일의 양적인 부분에서도 다른 사람들에는 훨씬 못 미칠 만큼 적은 일만 하겠지만

그래도 힘을 보태는 모습이라도 보여야겠다 다짐하고 스케줄을 조정한다.

 

김장일 하는 내내 먹을 막걸리와 고기는 내가 사겠다 했다.

'막걸리' 하면 마침 내가 살고 있는 전주가 유명하다나?

그래서 머리 안아프고 맛있다 이름난 모모 막걸리를 잔뜩 사서 차에 싣고 출발한다. 

찬란한 햇살이 시골의 장독대를 감싼다.

아담하고 소박해 더 정겹다.

아주 오래 전에 와본 곳이지만 아직도 그모습 그대로인 게 많아

기억속 시간의 부재가 느껴지질 않는다.

 

 

 

 

 

 

 

우리가 간곳은 굴비로 유명한 영광.

그 옛날, 영광 주변의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 코스로 조성된 '백수 해안도로'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아름다운 바닷가 광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던 그 도로도 예전 모습 그대로다.

 

 

 

 

 

 

 

김장은 굴비사업을 하는 학부형의 동생집에서 한다.

가보지 못 한 몇 년 사이에 동생네는 깔끔하고 쾌적한 작업공간을 새로 지어 옮겼다.

새 작업장 바닥에 황토물에 목욕하고 소금으로 단장한 굴비가 잔뜩 쌓여있다.

예전에 비해 작업기구가 현대화 되었다고나 할까.

깔끔하다.

 

 

 

 

 

 

 

 

옛 작업장의 한 켠이다.

김장의 첫단계인 '소금물에 절이기'를 마친 배추가 물빠진 날씬한 몸으로 다음단계를 기다린다.

 

 

 

 

 

 

 

며칠 전부터 준비해왔다는 김장 사전 작업.

양념속에 들어갈 용도의 갖가지 채소들을 보니 전날부터 일이 얼마나 많았을지 가히 짐작이 된다.

마음이 짠하다.

 

 

 

 

 

 

 

내가 안으면 한아름인 엄청난 크기의 이 배추가 300포기다.

그걸 밭에 가 사와서 쪼개고 소금물에 절이고 맑은 물에 몇 번이고 깨끗하게 행구고...

그러느라 전날 밤을 꼬박 샜다고 한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이제 내가 다 해주겠노라 큰소리를 치고는 바지단을 바짝 접는다.

 

 

 

 

 

 

 

운동화에 팔 걷고 바지 걷어 일할 준비를 하고 도마와 칼을 잡는데 첫 시작부터 실수 연발이다.

무를 자르면 데굴데굴 굴러 바닥으로 나뒹군다. ㅎㅎ

하지만 내 실수에 모두가 깔깔 웃으니 일하는 피로는 좀 덜어줄 수 있겠다 위로가 된다.

이맛에 함께 김장을 하나보다.

 

 

 

 

 

 

 

무의 수도 엄청나다.

자르고 또 자르고  썰고 또 썰고....

끝없이 썰었다.

 

 

 

 

 

 

인삼도 아닌 것이 인삼흉내를 내고 있다.

통통한 다리가 세 개.

모양 특이한 녀석들이 하도 많아 일하는 내내 즐거운 웃음소재가 되어 주었다.

 

 

 

 

 

 

 

양념속에 들어 갈 재료를 아주 잘게 썰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잘게, 잘게' 되뇌이며 아주 잘게 쫑쫑 써는데 손가락이랑 팔이 얼마나 아프던지

왼손은 쥐가 날 지경이고 칼질하는 오른손은 결국 물집이 생기고 말았다.

 

 

 

 

 

 

 

우리집도 아닌데다 자신이 할 마땅한 일도 없고 그렇다고 편히 쉴 만한 공간 또한 없다 보니

시간지나 결국 낑낑대던 우리 사춘기 딸.

일하는 엄마 뒤에 앉아 오랜만에 컴퓨터를 한다.

우리집에서는 사춘기 딸아이의 인성교육상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게 조치중인지 오래다.

어른들 김장하는데 신경쓰게 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허락받은 한시적인 컴퓨터 사용이지만

즐겨보던 만화 컷을 찾아내어 심각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아주 행복해 보인다.

다른 집 아이들처럼 컴퓨터로 게임같은 건 하지 않지만

만화그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다 보니 컴퓨터를 켰다 하면 만화컷을 주로 본다.

뭐든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기는 법.

급기야 우리 딸 코스프레를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지금은 컴퓨터 금지령을 받은 상태다.

 

힘든 엄마 어깨라고 톡톡 때려줄 일이지...

저것 언제 크나...ㅠㅠ

 

 

 

 

 

 

 

 

방에 앉은 여자들이 썰어낸 채소를 고춧가루, 젓갈등을 함께 넣어 섞는 일을 맡은 남편들.

요리용 삽으로 젓고 세밀한 부분은 팔로 섞느라 허리를 펼 틈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하하호호.

힘든 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허리가 부러질 듯 아파도 마음은 즐거운가 보다.

이런 광경이 처음인 나는 대형화된 집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화기애애한 가족의 정까지 대하니 더 행복하다.

 

 

 

 

 

 

 

양념이 준비되었다며 배추 비비러 다 나오라더니 이 이상한 옷을 입으란다.

텔레비젼에서 보던 하얀 실험맨 복?

꼭 입어야 하냐며 볼 맨 소리를 하니 그래야 김치도 깔끔하고 입고 있는 옷 또한 안전하단다.

선생님의 생소한 이런 모습에 뒤에서 바라보는 제자는 아예 웃음보가 터졌다.

적응 안된단다^^

 

 

 

 

 

 

 

컴퓨터 앞에 붙어 있던 딸도 드디어 동참한다.

난 처음 해보는 김장이라 긴장되는데 딸은 오히려 담담하다.

 

 

 

 

 

 

모두가 흰옷을 입으니 어디선가 본 듯하다.

뉴스.^^

이렇게 스테인리스 조리대를 두 개 겹쳐 작업대를 만들었다.

그 주변으로 뺑 둘러선 채 쓱쓱싹싹 김치를 비비는 팀, 양념을 공급해 주는 팀

다 된 김치를 나르는 팀, 김치를 저장통에 담는 팀...

이렇게 전문적?으로 자신의 분야를 맡아 일을 하니 정말 김치공장이 따로 없다.

이걸 다 하려면 밤을 새야겠구나 각오하고 열심히 일을 하는데

다들 이제 가라며 등을 떠민다.

남은 일이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가냐며 끝까지 하고 가겠다 버텼지만

안된다 만류하는 여러사람이 내는 한목소리에 밀려 중간에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한 마음만 남기고...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한 하루였다.

종일 쉬지 않고 일했더니 어깨는 빠질 듯이 아프고 허리가 부러질 것 같다. 

하지만 이왕 일하러 가는 길이니 아줌마의 저력으로 열심히 해서 확실한 일꾼이 되자 다짐했었다.

그 각오 떄문이었는지 다들 나를 선생님이 아닌 옆집 아줌마처럼 친근하게 대해 주었고

그래서 나또한 참 편안했다.

시간이 되면 영광 불갑사 캠핑장에서 하루 묵고 오려고 했었는데 그걸 못해서 좀 아쉬웠지만

그건 다음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미련은 없다.

이미 의미가 충분한 값진 하루였으니까.

역시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특히 내 주변에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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