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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향기.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0. 8. 2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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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

전광판을 보니 프랑크푸르트발 비행기가 이미 도착했다.

하노버에서 공부중인 언니에게 놀러 간 작은 딸 현민이가 한국에 도착했단다.

우리 또한 시간 계산을 해 전주에서 천천히 출발하고 느긋하게 왔음에도 적당한 시간에 잘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하면 할 일도 없고 기다리기 지루하다.

게다가 비행기가 도착했다 해도 짐 찾고 세관통과까지 하려면 또 시간이 걸린다.

모든 걸 감안 해 천천히 간 우리는 서로에게 칭찬을 한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전광판의 글씨가 달라질 리 만무한데  

남편은 한 달만에 보게 되는 작은 딸의 모습을 그리며 눈을 고정한다.

전광판으로 출입문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목이 점점 빠져나오더니

턱까지 치켜 올리고는 조금이라도 멀리멀리 보려고 애쓴다.

빨간 가방, 빨간 가방....

아이가 가져 간 가방이 빨간 색이라며 드나드는 사람의 가방만을 살펴 보더니 하는 말.

"빨간 가방이 정말 많구나~"

다음에는 눈에 확 띄게 노란 색으로 바꿔야 하려나 보다.^^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던 빨간 가방이 나온다. 

희고 작은 얼굴에 큰 덩치가 흡사 외국인의 체형같다.^^

 

 

 

 

 

어찌나 커 보이던지 중학교 1학년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은 체격이다.

처음에는 카트 미는 것도 잘 못 했는데

제법 운전을 잘 하며 밀고 온다.

 

 

 

 

 

워낙 무심한 듯 한 성격이라 엄마를 봐도 별로 반응이 없을 줄 알았는데

활짝 웃는 얼굴로 매우 반가워하고는 꼭 껴안는다.

 

 

 

 

 

뭐라도 직접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카트를 내가 밀겠다 하니 냉큼 주는 아이.

아직 덜 컸다.ㅎㅎ

큰 아이와 다르게 이 아이는 언제나 우리에겐 아이같다.

 

어릴 때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작고 선한 눈을 가운데로 모아 세모가 되게 하고는

할머니에게 맡기고 또 떠나려는 엄마를 하얗고 맑은 얼굴로 애처롭게 바라만 보던 아이.

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떼라도 쓰면 좋을텐데 그저 바라만 보았었다.

사슴같은 슬픈 눈으로...

그 모습이 난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현민이는 바쁜 엄마 때문에 '주말 모녀'를 오랫동안 했다.

토요일에 집에 왔다가 일요일에 할머니 집으로 가는 생활...

그런데도 아주 잘 컸다.

공부도 스스로 알아서 잘 하고 사춘기의 반항 한 번 하질 않는다.

얼마나 밝고 착한지...

 

난 우리 집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노인네가 하나씩 들어 있다는 우스개 소리를 종종 하곤 한다.

그만큼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생각이 또래같지 않게 넓고 깊었다.

그래서 내가 더 더 더 미안하고 고맙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나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에게 오히려 힘이 되고 도움을 주는,

우리집은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동생을 보내며 공항에서 엉엉 울었다는 마음씨 착한 우리 큰 딸.

목이 메어 말로는 절대로 못 할 것 같아 글로 썼다며 언니가 공항에서 건내 준 편지를 집에 와 읽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성통곡하는 둘째 딸.

이 아이들을 내게 주신 하나님께 난 항상 넘치도록 감사하며 산다.

 

비록 큰 딸은 곁에 없지만

이제야 비로소 집이 꽉 찬 게 사람사는 향기가 난다.^^

우리 아이들의 밝고 건강한 향기는 우리 부부에게 최고의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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