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6시가 채 되기 전 전화벨이 울린다.
이 시간에 누가??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새벽에 자는 듯 조용히...
뭘 먼저 해야 할지 가방엔 무엇을 담아야 할지...
생각할 건 많은데 순간 머릿속이 하얀 바보가 되어 허둥지둥.
그러다 왼쪽 약지를 문에 넣은 채 닫아 손가락 떨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을 겪었다.
어찌어찌 씻고 짐 싸고 광주로 출발.
시댁에 들러 어머니를 모시고 장례식장에 도착한다.
환갑 무렵 찍어뒀다는 영정사진이 30여 년이 흐른 지금 지나간 세월을 무시하고 자리했다.
교육공무원이었던 시아버지는 슬하에 맨 위 큰딸, 그다음 큰아들, 작은딸, 작은아들, 그리고 나의 남편인 막내아들.
이렇게 3남 2녀를 두셨다.
일단 느닷없이 겪는 일이라 우리 스스로가 정신이 없어 몇 사람에게만 이 부고를 알리고 알아서 해 달라 부탁했다.
내 학생의 아버지, 그리고 첼로앙상블 첼리첼로, 남편의 친구인 미래에셋 사장,
베스트 챔버...
위로를 담은 화환이 속속 도착하고
이곳저곳에서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덩달아 바빠진 조카들과
우리집 둘째 딸.
행동 느리고 이해력 뒤지는 아이라 이런 일을 잘할 수 있으려나 걱정스러웠는데 웬걸.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손에 익는지 행동이 일사천리다.
독일에 있어 올 수 없는 우리 큰딸은 마음이 아파 동동거리며 울고...
오겠다는 딸에게 괜찮다고, 할아버지가 다 이해하시니 그냥 그곳에서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나 해달라고 했다.
조카가 낳은 딸.
우리의 가장 어린 손님.
이 아이 덕에 시들시들한 우리 시어머니가 한 번 더 웃는다.
올해 92세인 시아버지는 오랜 시간 치매를 앓아왔다.
당신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던 분.
자식과 손녀를 비롯 저 꼬맹이까지 다 알아보셨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니 순간 울컥해진다.
하지만 이젠 맑은 정신으로 모든 기억 되찾고 우리들 모두 하나하나에게 이별 인사하고 다니지 않았을까...
내 마음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버님. 내 사랑하는 남편 낳고 잘 길러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늘나라에서 평온하시지요?
잊지 않을게요.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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