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쉬겠노라며 한국 온 큰딸이 다시 독일로 돌아가고
둘째도 학교 기숙사로 돌아간 지금,
우린 다시 둘이 되었다.
짧은 시간 딸들과 쌓은 추억이 어찌나 귀한지
별것 아닌 다이소 쇼핑하던 사진만 봐도 그저 미소가 흐른다.
아이들이 그랬다.
엄마가 바빠서 그렇지 안 바빴으면 엄청 치맛바람이었을 거라고ㅎㅎㅎ
미국에 있던 둘째가 한국의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우리와 또 떨어져 사는 녀석이 안쓰러워
"네가 못 올 땐 우리가 매주 잠깐이라도 시간 내서 그쪽으로 갈게" 했었고 진짜 그럴 요량으로 캠핑트레일러를 포항에 가져다 놓았었다.
그런데 그걸 바라보던 우리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거다.
하긴 대학생이면 부모떠나 친구들과의 생활을 더 좋아할 때인데 매주 부모가 쫒아와서 같이 밥 먹고 자자고 할 예정이니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긴 하다.
내 부모님은 자녀에 대한 일이라면 무척 적극적이다.
부모님 두 분 다 직장생활을 했기에 젊었을 땐 그걸 잘 못 느꼈었는데 퇴직 이후의 행적을 보면 누가 봐도 그랬다.
새벽기도는 물론이고 자식이 SOS를 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 깊이 두 팔 걷어 도와주셨으니까.
그게 나에게도 대물림이 되었을까?
외조부모를 익히 잘 아는 내 두 딸들의 생각으로는 내가 누구보다도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
그래?
그렇구나.
쩝.
이제 알았으니 안 그러면 되지 뭐.
무신경한 척이라도 하려면 연습을 해야 하니
일단 딸의 학교 멀지 않은 곳에서 불침번 서고 있을 캠핑트레일러 에어로라이트를 전주로 다시 데려오는 것부터 하기로 한다.
캠핑트레일러를 가지러 간다는 목적을 갖고 포항으로.
그나저나 가는 길이 왜 이리 먼 게야.
가다 보니 추풍령 휴게소가 나온다.
이전에 가던 길과 다른 이상한 길로 빠진 바람에 돌고 돌며 가다 보니
포항까지 한 시간 여 시간이 더 걸렸지 뭔가.
그렇게 도착한 포항 환호공원 주차장.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막기 싫어 어닝을 아주 조금만 폈다.
어차피 왔으니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이곳에서 하루 쉬었다 갈 생각이다.
목감기 때문인지 입맛이 없어 밥 먹기가 싫다는 딸.
아프다니 짠해 어차피 우리가 근처에 있으니 캠핑카에서 함께 저녁을 먹을 건지 물었다.
아니라고.
동아리 공연이며 과제며,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으니 두 분이서 맛있게 드시란다.
내심 왔으면 했는데 역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에서 장 보던 나는 딸이 잘 먹을 만한 음식을 머릿속에 그리며 하나 둘 쇼핑카트를 채우고 있었다.
'마음이 바뀌어 혹시 오겠노라 할지도 몰라' 하면서.
또각또각..
요리 요리 요리...
구수한 청국장과
맛있는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딸의 스케줄이 번복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기에 "역시 못 오네"하며 우리 둘이 열심히 먹었다는 거.
만찬을 한 덕에 배가 너무 불러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바닷가를 찾았다.
손으로 집어 올린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간다.
겨울바다를 걷는 게 얼마만인지.
걷는 데 푹 빠진 나와 달리
불빛 가득담은 야경을 기어이 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두 팔 뻗어 핸드폰을 들이대는 허무한 남편의 등.
그게 되겠어ㅎㅎ
그 모습을 나의 장난기와 버물려 기습적으로 찍었다.
나이 들어가며 나를 더 아끼고 의지하는 남편.
함께 걸은 세월 만큼의 동지애가 또 다른 믿음을 만들어서겠지.
ㅋㅋㅋ걱정 마시라~~~
내가 여보야 옆에서 끝까지 지켜줄 테니^^
뜨는 해와 함께 새로운 하루가 열렸다.
다시 안 올 오늘.
딸에게 잘 지내라 문자만 하고 전주 우리 집을 향해 트레일러를 모시고 간다.
엄마 아빠와 함께 트레일러가 가 버렸으니 지금쯤 우리 딸 마음이 좀 편하려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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