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독일 뉘른베르그에서의 일주일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6. 2. 25. 04:08

본문

설 연휴, 우리 부부에게 기회가 왔다.

사흘 이상 시간 낸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현 상황에 설 포함한 휴일이 길다 보니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귀한 시간인데 뭘 할까 생각하다 혹시 독일 항공권이 있나 검색을 하는데...

띠용~

있다, 뉘른베르그 티켓.

바로 구입.

독일로~

 

 

 

큰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 수능만 마친 시점, 딸은 독일로 유학을 갔다.

그러니까 벌써 8년째.

그사이 하노버 음대를 거쳐 쾰른 음대를 졸업하고 이제 뉘른베르그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린 한 번도 그 아이에게 가본 적이 없다.

이틀 혹 사흘 정도라면 모를까 그 이상의 시간을 내는 게 불가능하기도 하고 비행기 오래 타는 것이 싫기도 했고...

여하튼 이번엔 과감히 시도를 한다.

 

 

 

 

지루한 비행시간과 경유지에서의 기다림도 문제이지만 뒤집어진 시차와 누적된 피곤으로 토할 것 만 같은 내 뱃속이 

여간 문제가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흉을 보든지 말든지 나 죽겠다 싶어, 앉아 쉬라고 만든 의자에 그냥 드러누웠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지나는 사람은 물론 유리문 건너에 앉아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들 원숭이 보듯 보더란다.ㅋㅋ

 

 

어쨌든 딸을 본다는 기쁨에 모든 것 다 참고.

드디어 도착.

 

 

 

콩콩콩 제자리를 뛰며 "엄마다~"하고 반기던 딸.

녀석의 모습이 지금도 안 잊혀진다.^^

마중 나온 큰딸 뒤를 졸졸 따라 몇 정거장의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

 

 

 

세상에나...

깔끔하게 정리된 방과 우리 부부가 사용할 넓은 침대 그리고 새로 산 이불, 달달한 초콜릿까지.

환영한다는 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우리를 반긴다.

 

 

 

밤에 도착했던 터라 일단 짐만 풀고 잠자리에~

다음 날, 눈 뜨자마자 우린 딸 집을 스캔한다.

남편이 주방의 싱크대와 벽타일, 냉장고를 박박 닦아 반짝반짝 광을 내고 나는 밥 먹일 준비.

 

사실 난 딸에게 밥을 해 먹이려고 독일에 갔다.

워낙 체력이 바닥인 아이라 건강이 염려되어 견딜 수가 없어서다.

내가 극.성. 인가?

어쨌든 가져 간 반찬을 정리해 새로 구입한 냉동고에 차곡차곡 넣고 이름표를 써 붙여 찾기 쉽게 했다.

하루 한 번은 한국식 밥을 꼭 먹으라는 잔소리와 함께.

 

 

 

그런데 전등이 주인을 닮았나 어째 애들이 다 부실하다.

 

 

 

저 스탠드의 아랫 등은 목이 흐늘흐늘 아예 고정도 안 된다.

 

독일이 전기료가 무지 비싸단다.

혼자 사는 딸이 내는 한 달 전기료가 평균 5만 원가량이라 하니 우리 집 전기료와 맞먹는 수준이지 뭔가.

그래서인가 어젯밤 도착했을 때 느낌이, 집이 어두침침... 마치 호롱불 켠 시골집에 온 기분마저 들 정도로 어두웠다.

남편이 말한다.

"모든 전구를 led로 바꾸자."

 

 

 

led등 사러 슈퍼에 간 김에 프라이팬도.

 

아가씨 혼자 사는 집이라 프라이팬이라 해 봐야 손바닥 만한 것 하나.

양파볶음 좀 해 먹으려다가 양파들이 다 탈출하려는 바람에 다시 팬에 집어넣느라 아주 애를 먹었다.

냄비도 딱 하나 있는데 어찌나 작은지 속 개운하게 라면 좀 먹어 보려고 두 개 넣고 끓이다가 빨간 물이 하도 넘쳐

약한 불에 눈치 보며 끓이느라 면발이 퉁퉁 불었다는...

에효ㅜㅜ

 

프라이팬만 하나 사고 작은 냄비로 어찌어찌 일주일 버티며 살다 오긴 했는데,  

냄비 조금 더 큰 것으로 꼭 사라 말하고 왔는데 지금 샀으려나?

아마도 안 샀을 듯.^^

 

우리 두 사람이 팔 걷어붙이고 일을 하니 집이 구석구석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뒤판이 잡아 주질 못해 흐늘흐늘 웨이브 춤추던 신발장을 다 해체, 나무판과 종이상자를 이용해 낮은 신발장을 만들어줬고

고장 난 블라인드 고쳐주고

물 사다 먹는 딸을 위해 슈퍼에 있는 물 몽땅 사다 한쪽에 쌓아줬으며

플라스틱 식기건조대 대신 스테인리스 건조대로 바꿔주고 물 잘 빠지게 각도도 조절해 줬고

또 뭘 해 줬더라??

어쨌든.

뭔가를 하나라도 더 해 주고 오려고 무지 노력하긴 했는데 도움이 됐으려나 모르겠네^^

 

 

 

집안일만 신경 쓰는 우리가 외부로의 여행을 굳이 마다 하니 그럼 시내 구경이라도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딸의 말에

"당근 그건 가야지~ "하며 따라나선다.

 

 

 

우반역.

우반은 전철을 뜻하는 독일어다.

이 단어.

정말 오랜만이다.

아무리 살아봐도 우반이라는 말을 쓸 일이 있어야 말이지.

ㅋㅋ

정말 독일어... 쓸데없다.

 

 

 

시내 도착.

101마리의 강아지?

캬~

달마시안의 쭉 빠진 몸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난 오른쪽으로 시선 쭉쭉... 가판대.

그곳의 빵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또한 얼마만인가.

셈멜에 끼운 소시지 세 개.

침이 꼴깍 넘어간다.

 

 

 

유학 때 아침마다 먹던 빵인데 귀국하고 이 빵이 어찌나 생각나던지...

 

 

 

그래도 남편은 나보다 꽤 이성적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빵을 손에 쥐고 먹다가도 여기저기 찰칵거리며 사진 찍는 걸 보니.

 

 

 

나는 끝까지 먹기만 한다.ㅎㅎ

 

 

 

역시 유럽.

 

 

 

유럽 특유의 건물과 분위기에 옛 생각이 절로 난다.

 

 

 

또 먹는다.

아이스크림의 참맛을 유학 때 알았으니 이 또한 추억의 끈이다.

 

 

 

딸도 이런 여유 있는 구경 처음이란다.

이제 첫 학기 중이니 이곳으로 이사 온 지 6개월 남짓.

그간 학교 공부하느라 분주해 이런 여유 느낄 시간이 없었다며 엄마 아빠 덕에 자신도 이런 구경도 한다고 좋아한다.

 

 

 

저 뒤로 보이는 건물.

그곳에서 딸이 레슨을 받는다고.

 

 

 

그런데 길거리 쓰레기차도 경찰차도 벤츠다.

하긴 자기 나라 것이니까 우리나라로 보자면 현대, 기아, 쌍용.

 

 

 

눈에 보이는 것마다 이국적이라 내가 외국에 온 게 절로 실감 난다.

 

 

 

카이저베르그 성이다.

2차 대전 대 손실되었던 부분을 재건해 오늘 이 모습을 갖췄다는...

 

헉헉.

오르고 또 오르고...

다 올랐다.

보이는 건 온통 지붕.

오른쪽으로는 구 시가지가 왼쪽으로는 신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뉘른베르그.

아주 예쁜 도시다.

 

 

 

딸 덕에 이런 곳도 구경하고...

신났다 ㅋㅋㅋㅋ

 

 

 

초콜릿에 이어 딸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또 하나의 멋진 선물이 있는데 바로 오페라 '라 보엠' 티켓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여느 지방도시의 프로 오페라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수준이 놀랄 만큼 높은 게, 역시 음악 선진국이다.

 

 

 

그런데 막 중간 쉬는 시간의 모습이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작은 테이블 주변 삼삼오오 모여 와인과 다과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사람들 참 멋있게 산다."

내가 계속 언급한 말이다.

아등바등 시간에 쫓기고 일에 눌리는 우리네 삶과 너무 대조된 상황으로 보였으니까.

 

가난한 사람도, 지나치게 부자인 사람도 없는.

계층 차를 느끼지 못할 만큼 개성 있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에 '우리나라도 저런 날이 올까'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 눈치 보는 사람도 없고 입고 있는 옷 신고 있는 신발도 제각각이고...

개성 가득이다.

 

 

 

생김새가 그들고 너무 다른 우리.

그러든지 말든지.

마지막 막을 기다리며 쉬는 사이에도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며 눈치껏 깔깔 웃었다.

 

 

 

짝짝짝...

다 끝났다.

 

 

 

아름다운 야경을 눈에 담으며 시원한 바람을 쐰다.

아직 시차적응이 안되어 눈꺼풀이 무겁고 머리가 띵~

하지만 좋은 구경을 하게 되어 뭔가 중요한 일을 하나 해낸 듯 마음이 뿌듯한 게 독일 온 보람을 여기에서도 느낀다.

 

하루하루 뭔가 의미 있는 일을 다만 한 가지라도 하면서 보내려고 노력했다.

겨우 일주일 방문이니만큼 그리고 어쩌다 한 번 온 딸 집 방문이니만큼...

 

 

 

어느 날, 딸이 공부하는 곳은 어디이고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던 차에 딸이 학교에 가잔다.

냉큼 따라나섰다.

원래 이곳이 학교 건물인데 지금은 공사 중이란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저 건물을 사용한다는데.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이런 나라들은 미국이나 우리나라처럼 산 하나 깎아 너른 땅 위에 건물 여러 개 뚝 뚝 떨어진 장대한 캠.퍼.스.가 아닌 이런 회색 건물 하나에 달랑 '나 무슨무슨 대학' 또는 '나 이러이러한 일하는 곳' 이렇게 아담하게 현판만 쓰여 있다.

졸업도 우리나라처럼 학사모 쓰고 정해진 날 졸업식이라는 걸 하는 게 아니고 모일 모시에 나를 위한 졸업시험을 빡세게 받고 나 혼자 종이 한 장으로 된 졸업장 받은 후 다음날부터 학교에 안 간다.

그게 졸업이다.ㅋㅋㅋ

좀 멋없긴 한데...

적응된 나로서는 이게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곳이 출입구 그러니까 건물 현관.

저기 보인다.

빨간 동그라미와 그 아래 몇 개의 글씨들.

그게 '나 뉘른베르그 음악대학'이라는 알림표다.

 

 

 

학교 앞 자그마한 풀밭 정원.

 

 

 

그곳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

가까이 당겨서 볼까나?

ㅎㅎ토끼.

집에서 토끼를 키우다 보니 정이 듬뿍 들어 냄새나고 털 날리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어디 가나 토끼사랑이다.

 

 

 

인형을 봐도 "토끼다" 하며 발걸음을 멈추고.

-물론 저건 토끼보다도 문어가 눈길을 먼저 사로잡았다. 

성 때문에 붙은 우리 작은딸의 어릴 적 별명이 문어라^^-

 

 

 

과자를 먹다가도 토끼가 나오면 바로 못 먹고.

 

 

 

먹던 과일 남으면 안 버리고 토끼 주려고 싸 온다.

-이번에도 저것 기어이 들고 왔다는 거^^-

 

 

 

심지어 가게에서도 맛있어 보이는 토끼사료를 보면 이것 살까? 한다.

-물론 샀다.ㅋ-

 

 

 

한국에서는 거의 걷지 않던 내가 이번엔 참 많이도 걸었다.

 

 

 

걸을 각오를 하고 갔기에 운동화만 내리 신고 다녔는데 어쩌다 멋 내려고 굽 있는 신발을 신은 날엔 어김없이 발이 아파

집에서 남편에게 발마사지를 청해야만 했다.

 

 

 

걸은 기억 다음으로는 먹은 기억이...

피자, 파스타

 

 

 

컵 아이스크림

 

 

 

마늘빵과 스테이크

 

 

 

혓바닥으로 날름날름 빨아먹던 아이스크림 콘...

음~ 지금도 생각난다.

 

 

다음으로 많이 한 일은 쇼핑.

뒤적뒤적

 

 

 

요리저리 살펴보고

 

 

 

네 취향 내 취향 비교도 하고

 

 

 

상품평도 나누고

 

 

 

물건 하나하나 살피고..

 

 

 

그런데 필요한 것은 별로 없고...

지인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며 이리저리 기웃기웃.

그러다 그저 실용적인 생필품만 주섬주섬 샀다.

 

 

 

또 뭐 없나...

 

 

 

신발이 마감세일을 한다.

 

 

 

신발 득템.

 

 

 

내 것.

 

 

 

남편 것.

 

 

 

집에 들어가 새 신발 신은 기념사진도.

-에궁 배경 가린다고 한 건데 수정 실력 민망하군.

하지만 배경은 개인사이므로...^^-

 

 

 

쇼핑센터 이케아.

우리나라에도 광명시에 이케아가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유학 때 한 번씩 바깥바람 쐬고 싶은 날 찾아가던 곳

그런데 여기도 이케아가 있단다.

하지만 좀 먼 곳에 있기에 공항 앞에서 이케아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꽤 가야 한다고.

버스 타기 전 공항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남는 시간을 때운다.

"엄마 모해??"

 

 

 

"신발 바닥에 상표 떼^^"

작은 행동 하나에도 그저 깔깔 웃는다.

 

 

버스가 왔다.

인구밀도가 낮다 보니 사람도 없고...

-근데 이 버스도 벤츠다.

차량의 움직임이 우리나라 것과는 사뭇 다르다.

스르르 묵직하게 움직이는 것이 역시... 흠.-

 

 

 

버스에서 내리니 아까보다도 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각오하고 돌아야 할 만큼 규모가 큰 쇼핑센터다.

구경, 구경...

 

 

 

그런데 얼마 못가 딸이 힘들다고 주저앉는다.

일단 바나나를 먹게 하고 난 옆에서 또 잔소리 삼매경이다.

밥을 잘 먹어야 해... 안 그러면 너 쓰러져... 라고.

 

 

 

커피를 무지 많이 마시는 딸.

사과 등 과일과 커피, 밖에서 어쩔 수 없이 사 먹는 빵, 그리고 요플레가 먹는 것의 전부인 듯하다.

그런데 그게 벌써 몇 년째.

그러니 몸이 정상일리가 없다.

손가락 관절이 두툼하고 비틀어져 이상하게 변형되었고 발목 손목 등 관절 곳곳이 약하다.

바이올린 하는 아이의 몸이 이러니... 쯧쯧.

 

 

 

일단 식사 거리를 찾아 먹게 한다.

 

 

 

그나저나 이케아 규모 큰 건 알아줘야 한다.

발이... 으악.

너무 아프다.

의자에 앉아 발 대롱대롱.

릴랙스~

변덕스러운 독일의 날씨 탓에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많이 맞긴 했지만 이 또한 재미있는 나들이였다.

 

 

 

하루하루 재미있는 시간이었는데 훌쩍ㅜㅜ 시간이 다 지나버렸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행기는 뮌헨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노선을 이용할 것이다.

거기까지는 기차로.

 

 

 

가는 길에도 딸은 어김없이 바나나를 챙긴다.

바나나는 체력 부실한 내 딸의 비상식량이다.ㅜㅜ

 

 

 

뮌헨 공항.

 

우리 가고 나면 혼자 돌아갈 딸이 걱정된다.

북적대다 혼자 남으면 외로울 텐데...

친한 한국인이라도 있으면 말벗이라도 하련만 이곳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한국인 교회조차 없으니 아무래도 더 외롭지...'

 

 

 

혼자 돌아가는 딸의 뒷모습이라도 보려고 끝까지 돌아본다.

 

 

 

새벽을 가르며 한국으로 오는 길.

내내 딸 걱정을 했다.

건강하게 잘 버틸 수 있을지 선생님과는 별문제 없이 잘 지낼지...

사랑하는 우리 큰 딸~

부디 밥 잘 먹고 건강하길.

'우리 가족 > 우리 사는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끼 부활하다  (0) 2019.01.17
가족여행- 여름 독일  (0) 2017.08.06
주말 오후  (0) 2015.11.16
남편의 생일  (0) 2015.11.13
추석 드라이브  (0) 2015.09.2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