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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부활하다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9. 1. 17.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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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다 휘리릭 폴짝폴짝...

토끼가 제 집인 양 우리 거실의 카페트를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만 여덟 살.

말린 사과, 말린 바나나. 귀리 등등

몸에 좋은 맛난 것들을 많이 먹고 맘 편하게 살아서일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왔다.

 

 

 

발톱 자를 때 귀 잡아 올리는 악마?같은 나를 제외하면 모든 식구들과도 매우 친밀해서- 물론 나와도 친하다^^:;-

아마도 저 녀석은 제 모습 또한 우리와 같은 인간일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놀다 지치면 아무데서나 엎드려 쉬는 아이.

우리와 함께 보는 텔레비젼의 소음 정도는 이미 익숙하고 자신의 몸을 만지는 손길까지 즐길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

.

.

그러던 아이가 아프다.

하루 전만 해도 아주 건강하게 뛰놀았는데 갑자기 시들시들.

 

사실 이미 늙은 아이라 우린 늘 조바심이 나곤 했다.

혹시라도 딸들 없을 때 죽기라도 할까 봐 ㅠㅠ

특히 우리 둘째 딸에게 토끼는 제 동생 버금가는 아이라 자신이 없는 상황에 토끼가 죽어서 묻히기라도 하는 상황이 오면

정말 충격이 클 것이다. 

 

 

 

이름이 토끼인 우리 토끼.

워낙 활발한 아이라 발톱을 자를 때도 억지로 붙잡지 않으면 결코 잡히지 않고

꼬리나 뒷발 만지는 테러를 당할 때면 움찔움찔,

결코 만만한 성격이 아닌 아이인데 정말 많이 아프긴 한 지 제 몸을 담요로 감싸고 바구니에 넣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토끼 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딸이 검색을 하더니 전주에 하나 있단다.

가자, 병원...

 

 

 

"토끼 이름이 뭐예요?"

"토끼요"

"네?"

"이름도 토끼요..."

 

소독약 냄새나는 진료 테이블 위에서도 여전히 축 늘어진 몸.

"만 팔 년을 살았는데도 건강하게 잘 컸네요."

의사의 말에 토끼에 대한 미안함이 아주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어렵겠다는 소견,

고통스러워 이상한 소리를 낼 수도 있으니 토끼가 너무 힘들어하면 다시 병원으로 데리고 나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나 가슴이 꽉 막히고 먹먹해 눈물이 하염없다.

 

 

 

다소 도움이 될 거라며 처방해 준 토끼를 위한 약.

의사 선생님의 지시대로 상태 봐 가며 시간 맞춰 하나씩 주사를 놓았다.

생각만 해도 슬픈데...

가족 중 한 사람인 큰딸에게도 알리긴 해야겠기에 서울로 연락을 한다.

 

 

 

다음 날 첫 차 타고 내려온 딸.

그간 쌓인 추억과 사랑이 쉬 가시지 않는지 토끼에게 입 맞추고 눈물만 뚝뚝뚝.

얼굴 뗄 줄을 모른다.

 

 

 

토끼 엄마인 우리 둘째 딸은 더 하다.

내가 아프다 하면 병원 가라 말하고 마는데

토끼에게 안 좋은 변화라도 생길라 치면 안절부절못하고 안타까워하는 아이다.

그러니 눈물 콧물 마를 새 있겠는가.

 

 

 

힘이라곤 없는 아이.

축 늘어진 토끼를 여기 만지고 저기 만지고... 말없이... 조물조물 주물주물 쓰담쓰담...

모두 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제발 힘내 주길, 툭툭 털고 일어나길.

 

밤새 여기 마사지 저기 마사지 이 사람이 마사지 저 사람이 마사지... 자다가도 확인 또 학인...

그래서일까 아침이 되자 기적같이 토끼의 몸에 생기가 돈다.

움직임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분명 달라졌다.

바로 병원으로.

왠지 살 것 같은 예감이 드니 조치를 해 달라는 우리의 부탁에

링거액에 약을 타 통째로 주시며 주사기를 이용해 집에서 수시로 넣어주라 하신다.

 

병원 방문 첫날 의사 선생님 말씀이

혈관을 겨우 찾았노라며 혈액이 너무 적어 검사를 위한 피 조차 안 나와 매우 난감하다 했었다.

그날 링거를 위한 바늘을 꽂은 채 집으로 돌아왔으니 그곳에 링거액을 주입하면 된다.

문제는 토끼다.

축 늘어져 있을 때야 주사고 뭐고 조치하기가 쉬웠지만 지금 어디 그런가?

이럴 줄 알았으면 축 늘어져 있을 때 발톱이라도 자를 걸 하며 우스개 소리를 할 만큼 토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래도 마사지만큼은 아직 좋은지

제 몸에 손을 갖다 대기만 하면 이렇게 온몸을 바닥에 엎드린 채 이를 바드득 바드득 갈아댄다.

딸들이 꾀를 낸다.

마사지로 토끼의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한 사람이 최대한 몰래 주사를 놓자고.

 

 

 

성공^^

아빠가 링거액을 들어주고 딸은 주사기에 액을 넣고 또 한 딸은 토끼와 한 몸이 되어 마사지를 하고...

이렇게 열 번을 넘게 주사를 맞혔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나저나 웬 주사액의 냄새가 이렇게 꼬릿 꼬릿 한 거야?

인상이 찌푸려질 만큼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토끼도 그걸 인지한 걸까?

 

 

 

갑자기 푸드덕 털며 일어나더니 제 몸을 마구마구 핥는다.

너희의 정성이 갸륵하여 지금까지는 참았으나 이제 도저히 안 되겠으니 그만하라는 듯.

 

삶에 대한 강한 의지로 기적을 만들어 낸 토끼.

 

그렇게 우리 토끼가 부활했다.

우리 두 딸의 팔꿈치, 무릎관절의 통증과 맞바꾼 기적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건강했을 때와 달리

똥도 시원찮고 오줌도 마구 흘리고 그 냄새나는 똥오줌 몸에 묻혀 사방으로 뿌려대도...

그래도

토끼가 살.아.났.다.는 게 우리에겐 중요하다.

 

 

 

두 딸이 다시 웃고 우리 부부는 토끼라는 상전을 또 모시게 되었다.

 

 

 

그러면 어떠랴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고 헤어짐의 시간이 짧게나마 유보되었으니

얼마든지 최상위 상전으로 모셔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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