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추석이 거의 여름 언저리에 있었다.
그러느라 우리 큰딸 현주가 여름방학 휴가?에 추석을 덤으로 갖을 수 있었으니 작년에 이어 큰 행운인 셈이다.
9월이면 개강이라 독일로 다시 떠나야 하는데 그나마 이른 명절이 딴엔 얼마나 고마웠을까.
송편이며 전, 나물 등
추억이 가득한 음식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진데 손수 음식을 만들며 명절을 지냈으니 그 기쁨은 말로 형언키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집 큰딸, 송편 만들어 보는 게 얼마만의 일이냐며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작년 추석의 일이다.
명절을 지내기 위해 시댁으로 열심히 가는 길,
일찍 가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을 형님께 '우리 언제쯤 도착할 수 있겠다' 보고를 하느라 전화를 했다.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말이.
세 며느리 중 둘째 며느리는 친정부모님 모시고 여행가게 되어 못 오고 시어머니도 둘째 딸과 여행계획을 잡아서 명절에 집을 비우신단다.
그래서 큰 며느리인 형님이 자신의 집에서 간단한 음식 만들어 차례상만 보겠다고.
그것도 모르고 난 열심히 광주를 향해 가고 있었으니...
미리 연락을 해줬으면 우리도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뭔가 다른 일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더불어 송편을 예쁘게 만들고야 말겠다 벼르던
우리 현주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여하튼 그런 일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또 그러나 확인을 몇 차례나 했다.
자고로 명절은 모두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기름 냄새 풍기며 맛있는 것 적당히 만들어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 도란도란 떠들어야 제 맛인데
혹시 또 못하게 될까 봐.ㅎㅎ
사실 말만 그렇지 음식이라 해야 얼마 먹지도 않는 우리 딸이다.
살찐다며 푸성귀만 잔뜩 먹고 탄수화물인 밥은 미워한다.
난 어렸을 때 고기나 생선이 없으면 젓가락 콕콕 찍으며 밥알을 세곤 했는데 이 아이는 외모와는 달리 식성만큼은 날 안 닮았는지
풀만 보면 함성을 지른다.
독일로 떠나기 이틀 전이던가?
아빠가 해주는 직화구이를 한 번 먹고 가야겠다며 캠핑장으로 가자길래 간단한 식사거리만 들고 홀연히 다녀왔다.
채소를 다듬고 썰며 어서어서 이게 제 입으로 들어가길 고대했을 아이.
먹는 양이 무척 적은 아이인데 그날따라 참 많이 먹어 얼마나 예쁘던지 배터지게 먹는 걸 보며 우린 마냥 흐뭇했었다.
이번 여름, 송편을 만들고 전을 부치며 가족들과 추석을 함께 한 것이 큰 성과 중 하나였다면
이건 생각지 않게 얻은 행운.
바로 운전면허다.
겨우 삼 일 만에 면허를 손에 넣었으니 이게 행운이 아니고 뭐겠는가.
9월부터 면허따기가 어려워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시작했던 일이 정말 거짓말같이 성사가 되었다.
필기시험 만점에 실기도 한 번에 철컥.
가르친 사람도 보나마나 분명 명 강사였을 것이고 귀담아 듣고 잘 따라 한 현주도 참 대단하다.
현주 말마따나 <대박사건!!!!>^^
독일의 가을 그리고 겨울하늘은 늘 우중충하다.
햇빛도 잘 안 나와 늘 회색.
그런 가운데 각종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하다 보면 우울해져 그걸 떨치느라 수시로 뛰었다는 현주다.
덕분에 살이 쏘옥 빠졌지만 발목 부상을 덤으로 얻었다.
그나마 뛰지 못하는 지금 독일로 돌아간 현주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현주가 지나온 여름,
대박 친 사건도 있었고 감동스러운 일도 있었고 가슴뛰는 행복한 시간도 있었고.....
여름 내내 만들어진 이 건강하고 아름다웠던 추억들.
그것들은 혼자 견뎌야 할 유학생 현주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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