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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한 여름 캠핑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4. 7. 24.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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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농부들은 바빠진다.

물댄 논, 가지런히 줄 맞춰 심겨진 노고 깃든 벼에서 풍성한 추수를 기원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는다.

가을 오기 전 이 여름이 얼마나 바쁠까.

 

웅포 곰개나루.

마음 바쁜 사람 여기 또 있다.

웅포 캠핑장에 캠핑카를 세워두고 낮엔 나비처럼 물 위를 너울대다 별장인 캠핑카에 들어가 쉬는...

멋진 삶이다.

 

 

 

여름의 한 가운데,

마냥 당당할 것만 같던 풍채 좋은 선비 덕양정도 나무의 너른 치마폭에 숨어 피서중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에게 두 손 들었나 보다.

 

옛 시대, 양반들이 그랬다지?

비가 와도 에헴거리며 절대 뛰지 않고 배가 고파도 에헴거리며 이를 쑤시고 고달파도 에헴거리느라 속만 썩어가고...

에잇.

쓸데없는 자존심.

난 솔직하고 합리적이고 가식없는, 그래서 독특하긴 하나 어찌보면 평범해보이는 게 좋다.

그래서 스물다섯 딸에게 말했다.

언젠가 있을 네 결혼식엔 남 눈치 보느라 필요없는 낭비 하지 말자고.

간단하고 진지하게 가까운 사람 불러 진심어린 축하 받고, 예단 예물같은 허식 과감히 버리자 하니 

딸도 흔쾌히 찬성이란다.

이렇듯 난 그냥 나다.

내 방식대로 산다.^^

 

 

 

강 곁 쉼터에도 여름 열기가 앉았다.

선선한 구석이라곤 실오라기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후끈거림이 투명인간처럼 바닥을 맴돌며

모든 것이 여름에게 지쳐간다.

 

 

 

그런데 여기.

허리 편 잡초만은 여전히 기세등등이다.

진초록 군중도 모자라 올망졸망 가녀린 하얀 꽃까지 가세해서 말이다.

 

 

 

사방에 널린 흡입력 강한 이 하얀 꽃.

 

 

 

망초대란다.

캠핑장을 방문한 동생내외가 주저없이 알려준다.

언젠가 망초대라며 말린 봄나물을 주지 않았냐며 그 취나물처럼 부드럽던 그것이 바로 이것이란다.

 

위장에 좋아 설사나 소화불량에도 아주 좋은 효능이 있다는 망초대.

몰랐을 땐 그저 안 어울리게시리 예쁜 꽃을 지닌 잡초려니 했는데 이것들이 먹을 수 있는 나물거리라 생각하니 갑자기 사.랑.스.럽...ㅋㅋ

내가 말한다.

"너희들, 내년 봄에 보자. 흐흐흐"

 

 

아무리 여름열기가 무섭다고는 하나 그래도 캠핑장 나들이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면 우린 이렇게 작은 차로 훌쩍 떠나 웅포 캠핑장에서 하루를 간단하게 머물다 오곤 한다.

 

반복되는 생활을 전혀 지겹다 하지 않는 우리.

캠핑스타일도 그렇다.

한 곳에 세워진 캠핑카를 별장이라 생각하고 가끔 들러 하루의 쉼을 하고 온다.

단순한 여타 일상생활에 지나지 않아 남이 보면 심심할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린 그리 불만이 있거나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편안하게 쉬어 에너지가 충전되니 더 좋다고나 할까.

어쨌든 우린 우리 나름의 여름 피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성격대로, 가지런히 흐트러짐 없이 그리고 간결하게.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가재도구, 아무렇게나 걸린 보조어닝...

 

 

 

테이블 위라 해서 다르진 않다.

선풍기 시끄럽게 돌아가고 러너는 쭈글거리고 테이블은 삐딱삐딱 각도도 안 맞고...

평소의 모습이 결코 아닌데.

 

 

 

가만보니 사람 많음을 의미하는 여러 컬레의 신발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안으로 들어가 보자.

두둥.

범인이 보인다.

바로 요녀석.

 

부모 떨어져 살더니 어리광이 얼마나 늘었는지 커다란 머리를 내 허리에 찔러 넣으면서 "엄마, 엄마, 힝힝..." 노상 그러구 놀더니

이젠 침대에 벌러덩 누워 팔다리 흔들며 쿠션과 비비적,

새로운 패턴의 어리광을 연습 중이다.

드디어 내가 한마디.

"나가서 언니랑 물이나 떠와라"

 

미국 그리고 독일에서 두 딸이 왔다.

방학기간이라 온 것.

또 가야 할 아이들이긴 하지만 남들이 견디기 힘들다 말하는 최악조건 이 더운 여름에 우리 가족이 비로소 다 모인 것이다.

우린 이 평범한 일상을 최대한 넓게 누려야 한다.

모였다 하면 깔깔 호호호.

한 조각 시간 조차 아깝다.

먹고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소소한 것들을 함께 하며 미뤄온 정을 듬뿍듬뿍 서로에게 쌓는다.

 

 

 

언니의 주도로 수돗가에 간 둘째딸이 사진찍는 엄마를 피해 또 팔 들어 얼굴을 가린다.

 

분명 처음엔 그랬었다.

미국에 있다 보니 가족들 사진이 없어 좀 필요하더라며 올 여름방학엔 꼭 사진을 열심히 찍겠노라고.

쯧쯧 그런데 벌써 마음이 변하다니...

 

 

아이들이 오면 우린 여기저기 맛집 순회를 한다.

아예 목록을 적으라 말할 정도로 '다음엔 뭐 먹으러 갈까'가 큰 화두다.

그 와중에 두 아이의 공통된 소원이 있었으니.

바로 <아빠의 바베큐>.

향긋한 훈연향이 밴 캠핑장 바베큐를 꼭 먹어야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렇담 당연히 맛있게 준비해서 먹게 해줘야지.

 

찌는 듯한 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빠가 두 팔을 걷었다.

바쁘다, 바빠.

드디어 완성된 아빠표 고기.

 

"맛있다 맛있다..."

리액션 요란한 캠핑장 식사가 한동안 지속된다.

그렇게도 맛있을까?

 

큰딸을 처음 보고 난 정말 깜짝 놀랐었다.

애가 독일에서 뭘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 비쩍 말라서 등이 뼈에 딱 붙어 있었다.

일 년이 정말 많이 힘들고 바빴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후 얼굴 색 안 좋고 피부상태도 엉망이던 아이를 한 일주일 골고루 잘 먹였다.

그랬더니 비로소 혈색이 좋아지고 몸 상태 또한 하루하루 다르게 좋아진다.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경험을 난 두 딸로 인해 여름방학마다 새삼 새롭게 하고 있는 셈이다.

 

 

 

 

고기굽기에 이어 캠핑카에 들어와서도 아빠는 또 분주하다.

 

내가 복숭아를 못 만진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껍질없이 깨끗하게 깎아준다면야 너무나 맛있게 잘 먹는다.

마치 꾀병부리는 아이처럼.

그러니 어쩌겠는가.

'팔자려니 생각하고 우리를 위해 열심히 깎아달라' 남편에게 요구하니 괜찮단다 기쁘다며.ㅋㅋ

아주 쬐끔 미안..하다.

 

오늘도 한 상자의 복숭아가 상기된 뽀얀 볼 드러내며 남편의 손길을 기다렸다.

세 여자는 포크 들고 앉았다가 잠시 후 맛있게 냠냠.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이다.

그런데 밖에서 요란요란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남편이 또 뭔가를 열심히 한다.

 

구입한 지 벌써 몇 년된 저 바베큐통을 우리는 한 번도 씻거나 제대로 닦아본 일이 없다.

'까만 숯 들어가는 것이니 만큼 당연히 더러워야지'

이게 우리의 이상한 지론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오늘 남편이 뒤집는다.

웬일로 닦냐 물으니 한 번도 안 한 거라 그냥 한 번 한단다.

쇠솔로 문지르고 세제로 닦더니 헹구고...

 

 

 

그러더니 햇빛에 말리기까지 한다.

눌어붙은 기름찌꺼기가 긁어내야 할 만큼 많이 쌓였더라는 후문.ㅋ

 

 

 

아래통도 본래의 색깔이 보일 정도로 깔끔해졌으니 내일은 웅포의 해가 거꾸로 뜰지도 모를 일이다.

 

 

 

남편이 바베큐통을 정리한다.

 

 

남편으로 아빠로, 어깨에 얹혀진 책임감이 컸는지 아님 가슴 속 사랑이 꽉 찼는지...

오늘 남편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너무나 많은 일을 했다.

차 지붕위에 올라 잘 안나오는 위성텔레비젼 안테나를 손보기까지 했으니 트레일러 바깥과 안 그리고 지붕까지

온 주변을 돌며 우리를 위해 서비스 한 셈이다.

늘 농담으로 '나 머슴'이라 말하는데 오늘은 진짜 머슴이...?

 

 

가족과 함께 한 여름 캠핑장에서의 하루.

부드러운 골드로 무장한 시침 똑 뗀 햇살이 강물에 너울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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