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되는 휴일.
부처님 오신 날이 휴일의 기간을 연장시키는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우린 연휴라고 특별히 좋지만은 않다.
어딜 갈래야 예약제로 다 바뀐 바람에 갈 곳이 없고 안 가자니 집에서 심심하고...
그래서 또 웅포로 들어갔다.
어차피 연휴 다음날 즉 연휴 후 첫 일하는 날에 내 제자들과의 앙상블 팀인 <첼리첼로>의 야유회가 잡혀 있어
어딘가의 장소제공이 필요한 터, 쉬운 웅포로 결정한 것이다.
아직 덜 마쳐진 <에어로라이트 손 보기>는 일단 여유있게 생각하기로 하고 부족하나마 새 트레일러와의 캠핑을 시작하기로 했다.
웅포로 떠나던 날.
견인차가 견인할 준비가 미처 덜 된 관계로 사장님이 자신의 차로 에어로라이트를 끌어다 주고 우린 우리 차로 트레일러를 뒤따라 가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마치 소풍가는 듯 긴장된 기분?
바뀐 트레일러와의 캠핑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불편한 곳은 없으려나 걱정도 되고...
여러가지 감정의 교차를 경험하며 우린 웅포에 도착했고 그곳과 전주를 왔다갔다 하는 며칠의 캠핑을 마치니
드디어 첼리첼로가 모이는 수요일이다.
평일이라 캠핑장이 텅 비었다.
캠핑장이 우리만의 공간이 된 것이다,
넓직한 놀이터가 마련되었으니 신나게 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트레일러 안의 장비들을 즐비하게 늘어놓는다.
두 개의 테이블이 필요한데 우리가 갖고 있는 테이블은 한 개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옆 텐트 주인의 장비 중 테이블이 있다.
비 맞아 더러운 테이블이지만 덮개를 씌우면 요긴하게 잘 사용하겠다 싶어 그걸 아이들과 끌어다 놓고 신문지를 편 후
그 위를 예쁜 원단으로 덮었다.
아주 좋은 테이블이 완성되었다.
테이블 주인은 내가 아는 분이니 만나면 한 번 가져다 썼노라 말씀 드릴 생각이다.
비가 올 생각인지 바람이 평소보다 거칠었다.
센 바람 맞으며 어떻게 야외식사를 하나 고민이 컸었는데 남편이 해 준 바람막이 덕에 한 번 바람이 막아지고 차량으로 한 곳을 더
막으니 제법 아늑한 공간이 된다.
바베큐통에서는 고기가 맛있게 익어가고 셋팅 마친 모든 장비는 늦는 주인을 기다린다.
하나 둘 아이들이 도착한다.
이렇게 해맑은 모습으로.
그 중 가장 어린 손님.
한 단원의 어린 아들이 우리의 모임에 합류했다.
작은 아이 하나가 주는 웃음이 절대적으로 크다.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저 아이들이 뭘 하느라 저기에 모여 있나 했는데 알고 보니 보드를 타고 있단다.
보드의 주인이 미니스커트를 휘날리며 저멀리서 달려온다.
주인답게 역시 잘 탄다.
하나씩 관심을 보이더니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먼저 경험한 아이들이 가르쳐주느라 한 마디씩 한다.
'앞에 힘을 실고 이렇게 저렇게...'
남편이 자라목 되어 바라본다.
뭐하는 거냐 묻는 남편에게 보드타는 거라 답 하니 급 관심을 보인다.
나는 몰랐다.
남편도 도전했다는 것을.
"문석호 선생님이 타시다가 꽈당 넘어졌는데 제가 사진찍었어요. 보내드릴게요. 너무 웃겨요.ㅋㅋㅋㅋ"
한 아이의 재롱 아니었음 몰랐을 것이다.
나이가 있는데 마음처럼 되는 줄 알고 쯧쯧...
얼마나 아팠을까.
제자 중 한 아이가 뭔가를 조물거린다.
이런 재능이 있다니.
어린 동행에게 선물을 주겠노라며 주변을 돌아 끊어왔다는 토끼풀 꽃으로 화관을 만든다.
근데 가만보니 제법이다.
별명이 덜렁이라 이런 것을 잘 할 거라 예상 못했는데 말이다.
밥 먹고 간식 먹고 모닥불피워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냈다.
놀땐 신나게 놀고 공부할 땐 푹 빠져 공부하자.
내 신조다.
그 뜻을 잘 따라주는 아이들이다.
자랑스럽고 보물같은 내 제자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의자 접고 테이블 제자리에 갖다 놓는 등 마무리까지 아이들이 다 해줬지만 자잘한 뒷정리는 어차피 우리의 몫이다.
달궈진 바베큐통 식혀서 닦아야 하고 양파 다치지 않게 바람막이 잘 걷어야 하고 집에서 온 그릇들도 다시 잘 가져가야 한다.
노곤한 몸과 달리 마음은 뿌듯하다.
이 시간 이 고생?이 절대 버려지진 않겠지?
새 트레일러 에어로라이트와 함께 한 첫 손님맞이 캠핑.
오늘이 아이들에게 귀한 기억으로 남아 일상의 비료가 되었으면 한다.
내 친딸 못지않게 소중한 내 제자들.
잘 크길.
| 가족과 함께 한 여름 캠핑 (0) | 2014.07.24 |
|---|---|
| 현민이의 미션수행 (0) | 2014.06.16 |
| 첼리첼로 연주 뒷이야기 (0) | 2013.12.27 |
| 토끼와 토끼주인 (0) | 2013.10.19 |
| 휴일의 외출 (0) | 2013.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