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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외출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3. 10. 1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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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란다 오늘이.

늘 바쁘게 일주일 단위로 요일만 보며 살다 보면 며칠인지 모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니고 설령 휴일이라 해도 왜 쉬는지 깜박 잊다가

주변의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러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정도는 끝까지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세종대왕의 최대 업적이라 할 만한 큰 가치를 지닌 우리 글 한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그분께 크게 감사드리고...

 

지난주던가. 학생 하나가 원래대로라면 수요일인 한글날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휴강이라 어떻게 하냐 물었고

난 의아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수첩엔 9일 수요일의 숫자 색이 평범한 검은색이었으니까.

아마도 한글날이 여태껏 휴일에서 제외되었던 탓에 인쇄 타이밍이 따라가지 못했었나 보다.

 

어쨌든 그렇게 얼떨결에 거저 받듯 얻은 주중 휴일.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 교수님 내외와 점심도 먹을 겸 외부 나들이를 미리 약속했고

오전 스케줄을 마친 우린 데이트 나가는 사람 마냥 콧노래 부르며 차에 올랐다.

 

길가에 심겨진 가녀린 코스모스 군락들의 배웅을 받으며 룰루랄라.

"꽃이랑 나무, 들녘의 황금벼... 너무 멋있다. 그치? "

"마누라, 손 좀 잡자."

중년 너스레를 떨며 가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시계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 다시 핸들을 꽉 움켜잡고 열심히 운전하던 남편 님.

그렇게 애교삼아 약간 늦게 도착해 술 한 잔에 맛있는 회와 비빔밥을 먹었다.

물론 여자들은 운전해야 함으로 금주.

--사실 와이프들은 둘 다 술을 안 마신다.^^ --

 

 

 

마침 모두 뒷 스케줄이 없으니 배부른 포만감을 드라이브로 삭히자 하고 안내하는 지인의 자동차를 졸졸 따라간다.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가 펼쳐진다.

우리의 마음과 눈을 호강시켜주기 위한 지인의 배려다.

언제 만나도 편안하고 포근한 분들.

 

 

 

그러다 도착한 곳.

어디지? 하며 내리는데.

 

 

 

탄성이 절로 난다.

 

 

 

너른 앞마당에 고른 잔디 그리고 바다를 앞에 둔 전경...

그림같은 곳이 눈앞에 나타났다.

 

 

 

찻집을 품은 미술관이다.

 

 

 

나는 예전부터 남편에게 늘 말해왔다.

내가 전원주택이란 것을 갖게 된다면 난 콘크리트 집을 지을 거라고.

다소 딱딱하고 관공서같긴 하겠지만 단순하고 모던하고 튼튼한데다 질리지 않아 좋아서 말이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는 남편이 말한다.

"딱 자네가 원하는 스타일인데ㅎㅎㅎ"

물론 규모는 아니다.

이렇게 클 필요는 당연히 없으니까.

그리고 굳이 이렇게 잘 가꾸어진 잔디밭 또한 필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앉아 쉴 공간만 제외하고 나머지 공간은 자연스럽게 키작은 잡풀들이 몽땅 가져도 된다.

 

 

 

 

안으로 들어간다.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실 생각으로 비무장 정신상태였던 난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소처럼 생긴 커다랗고 시커먼 개가 날 향해 걸어왔다.

독일 개 도베르만이다.

 

 

 

나이들고 순해 보여 무서운 기색을 숨기며 앉으라고 조용히 말했더니 거짓말처럼 스르르 앉아 자신의 이마를 내어 놓는다.

생긴 것 같지 않게 무척 순하다.

 

 

 

약간의 더위가 느껴졌던 탓에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한 잔에 오천 원.

시럽은 추가 이천 원.

허걱.

시럽 약간이 인위적인 자연을 머금더니 몸값이 꽤 세다.

 

나에게 커피는 봉지커피 아님 시럽없는 연한 아메리카노다.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맛봤다.

 

 

 

또 이동.

이번엔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어 보이는 곳이다.

 

 

 

어딘가?

저수지 청림제란다.

 

 

 

바람 한 점 없고 청명한 가을 날씨 덕에 움직임 전혀 없어진 잔잔한 저수지가 자신의 눈동자에 산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림 마냥 아름답고 무서우리만큼 조용하다.

 

 

 

저수지 주변으로 숨듯 피어 있는 꽃 한 무리를 발견했다.

구절초란다.

집에 와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국화과의 꽃인데 향이 좋고 약성이 있어 차나 술로 담아 먹는다고 나온다.

 

 

 

이건..글쎄 뭔지 이름은 모르겠다.

만져보니 자주색 물이 톡.

실크나 면을 이용해 물 들이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절로 날 만큼 색깔이 진하고 선명하다.

내가 아는 가지의 가지도 자주색이었는데 이것은 그것의 가지보다 더 진한 자주색을 띄고 있다.

 

 

 

몇줄기 되지 않은 억새도 기세좋게 하늘을 향해 솟았다.

아직 꽃피기 전이라 은색 털이 없어 부드러움은 없지만 대신 거칠거칠 남성미가 물씬 난다.

 

 

 

지인이 구절초 한 가닥을 꺾어주길래 냉큼 받아왔다.

꽃이 예뻐서이기도 하지만 집에 있는 토끼가 혹시 먹으려나 싶어서다.

 

 

 

벌써 삼 년째 살고 있는 우리집 토끼.

외출에서 돌아오면서 특식이랍시고 뭔가를 뜯어다 주면 정말정말 잘 먹는 아이.

먹성이 좋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빨리 안 주면  빨리 달라고 발 하나를 이용해 문을 다다닥 흔들어 대는 극성 녀석이다.

좋아하겠지?

아마도..

 

 

 

하늘의 노을이 또 미러에 잡혔다.

직접 운전을 할 땐 그저 운전하는데 집중하느라 뒷배경까지는 감상하지 못하는데 조수석에 앉으니 두리번거릴 수 있어

이것 또한 묘미가 된다.

 

 

 

여섯 시다.

확실히 계절이 다르다.

요즘은 해가 빨리 진다.

 

해님의 퇴근에 맞춰 우리도 헤어져 각자의 길로 들어선다.

오늘의 외출로 어제까지의 스트레스와 내일의 걱정이 한결 덜어지니 마음이 가볍다.

이렇게 조금씩 비우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그렇게 바르게 잘 채우며 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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