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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첼로 야유회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3. 5. 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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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제자들로 구성된 첼로앙상블 팀이 있다.

이름은 첼리첼로.

 

얼마 전 베스트 챔버 오케스트라가 야유회를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했다.

우리 첼리첼로도 한 번 갔으면 좋겠다고.

마침 남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고맙게도 자신의 스케줄을 움직여 우리에게 시간을 내줬다.

늘 하던 연습 일시 그대로 장소만 옮겨서 첼로 없이 홀가분하게 즐기다 오면 된다.

단원들에게 몇 군데 중 어떤 장소가 좋은지 물으니 웅포가 좋겠다 입을 모은다.

 

이른 아침의 스케줄 하나를 해결하고 즉시 옹포로 이동했다. 

그런데 시간 아껴가며 부랴부랴 출발하느라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점심 무렵 배가 너무나 고프다.

'트레일러에 라면 정도는 있겠지?'

스토브에 라면 물을 얹고 의심 없이 수납장을 여는데 두둥.. 라면이 없다.

이럴 땐 라면이 딱인데...

어쩔 수 없이 뒤에 올 제자에게 라면을 사 오라 부탁했다.

'자, 그럼 뭘 먹나? 옳지, 있다 밥.'

마침 집에 남겨져 있던 밥 한 덩이를 가져간 게 있어 재빨리 김치찌개를 끓여 둘이서 밥을 먹었다.

작은 위 하나 채우는 게 이리 중요한 일인지 미처 몰랐다.ㅋㅋ

 

아무리 급해도 식후 커피 한 잔은 필수지 싶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여름 닮은 날씨에 뜨거운 해 아래에서 일할 게 걱정이다.

그러는 와중 제자들 몇이 도착을 했고 문득 그 아이들의 뱃속 상황이 궁금해진다.

점심시간은 지났으나 장을 봐오느라 부산 떨었을 터, 혹시 시장한 지 물었다.

"네~" 하고 힘없이 대답한다.

ㅋㅋㅋ 그럼 그렇지.

라면.

편하게 넷이서 알아서 끓여 먹으라 지시하고 우린 일을 시작한다.

 

아쉽게도 우리 바비큐 통은 다리를 분해하지 않고는 앞차 트렁크에 세워지질 않는다.

덴쿡의 분해된 다리를 남편이 다시 조립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정말 더럽다.

그저 구긴 신문지에 다 탄 숯가루를 묻혀 기름기를 쓱쓱 닦는 것 외엔 딱히 하는 일이 없다 보니 은색 찬란하던 몸체가

시커멓게 그을린 채 마치 원래 그렇다는 듯 시컴시컴 투박하다. 

 

 

 

그러는 사이 제자들의 식사가 끝나고 자기들끼리 설거지에 채소 씻기까지 알아서 척척.

어디에 내놓아도 진국 같은 아이들이다.

 

 

 

 

선배들이 잘하니 아래 아이들도 알아서 참 잘한다.

첼로도 잘 하지만 마음은 더 이쁜 아이들이다.

 

 

 

 

저녁 먹을 준비를 다 끝낸 아이들이 마지막 단원까지 마저 도착하길 기다리며 담소를 나눈다.

 

자신이 맡은 일들은 철저히 잘하고 다녀야 하니 일 다 마치고 천천히 오라 했는데도 한 아이는 화장실 간다 둘러대고 도망 왔단다.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 뒤 제 일터에서 전화가 오니 놀라 전화기를 다 떨어뜨릴 정도로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이 야유회를 앞두고 잠이 안 오고 가슴이 떨렸다는 이 순박한 아이를 내가 어찌 야단칠 수 있겠는가.

 

 

 

 

절친인데도 한 아이는 애교 있는 덜렁이, 한 아이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말없는 성품을 지녔다.

둘이 친구인 게 처음엔 상상이 안 됐었다.

그런데 이젠 이해가 된다.

부부도 한 사람이 급하면 한 사람은 느긋해야 잘 사는 법.

이 아이들도 그렇게 서로의 모자람을 채워주고 넘침을 받아주는 사이인 게지.

 

 

 

 

마침 의자와 테이블이 약간 모자랐는데 잘 됐다 싶어 캠핑 사이트에 놓인 테이블을 우리 테이블과 나란히 붙여봤다.

더러운 표면엔 갖고 있던 테이블보를 쫙 펼쳐 덮었다.

연주용 드레스를 만드려던 원단이었는데 캠핑장에서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

테이블에 세팅된 화려한 그릇이 선명한 빨강덮개와 어울려 더욱 예쁘다.

 

 

 

 

고기 익는 냄새가 주변으로 퍼진다.

환상적인 맛을 음미하며 조용히 밥을 먹는다.

바비큐 고기에 직화까지 두루두루.

 

 

 

 

간간이 들른 이장님이 대화를 안주 삼아 맥주를 비우신다.

내 제자들 방문에 손님 대접 소홀치 않으려고 나보다 더 노력하시는 모습에서 동지애?마저 느껴진다.

웅포의 아름다운 석양빛에 제자들의 웃음과 도란도란 이야기가 섞이고 향기 머금은 식사시간은 그렇게 무르익는다.

 

 

 

 

해가 졌다.

춥다.

이장님이 가져다준 장작이 매캐한 연기를 내며 하늘로 떠오르자 주변이 훈훈해진다.

그런데 그보다 더 따스한 것이 있다.

 

 

 

 

한 아이가 우쿨렐레를 가져왔다.

그 반주에 맞춰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 상황이 가관이다.

 

 

 

 

 

반주가 서툴러 화음이 맞았다 안 맞았다 하는데 그러든 말든 옆의 아이들은 화음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음치라도 되는 양 아무렇지도 않게 노래를 이어간다.

꼬마 자동차가 붕붕부터 시작해 별의별 장르의 노래가 다 나오는데 명색이 클래식 전공자들이 그렇게 하니

그 모습이 더 웃기는 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요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그렇게 잡아간 것도 아닌데 자유롭게 노는 모습이

여간 귀엽고 발랄한 게 아니다.

이장님도 너무나 웃기고 신기한 지 동참해 박장대소하며 한참을 구경하셨다.

아이들의 재롱에 저녁 한기 마저 저만치 물러간다.

 

오늘 난 우쿨렐레라는 악기를 처음 보았다.

그런데 그 악보가 진짜 놀랍다.

그저 문서다.

한글로 노래 가사를 쓰고 그 위에 적힌 코드, 이상 끝이다.

일반인은 물론 가수 중에도 악보 불 줄은 모르나 노래는 잘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그래서 그러나 보다 했다.

 

 

 

 

우쿨렐레와 이장님이 가져오신 기타의 반주가 공존하고 마구 부르는 매력 있는 노랫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시간이 흘러간다.

가야 할 때가 되었다.

끝까지 남아 타프 걷고 의자 접고 바람막이 철거하는 등 제자들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고맙다.

 

유익하고 좋았던 날,

서로를 알고 더 가까워질 계기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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