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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의 행적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3. 2. 13.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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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나 역시 긴장한다.

아무리 적게 한다 해도 평소보다 과한 요리며 뒷정리...

진짜 힘들긴 하다.

그래도 부모 형제를 생각하면서 '그깟 일박이일 참지 뭐' 하며 웃으며 길을 나선다.

아버님의 병세가 악화되어 우리를 몰라본 지 꽤 오래되었다.

내 시아버님은 뇌가 아픈 병에 걸리셨다.

그래서 뵐 때마다 "아버님, 저는 막내며느리구요 이 사람은 막내아들이예요."하며 수선스럽게 인사를 드린다.

 

오래전부터 설이면 우리 아버님은 세 며느리들에게만은 꼭 새뱃돈을 챙겨주셨다.

그런데 올해는 아들들에게도 봉투를 따로 주신다.

물론 시어머님의 뜻이지만...

아버님 손에 들린 여섯 개의 봉투를 보며 그 의미를 알기에 마음이 아팠고, 봉투 속 돈을 보면서 큰 액수에 또 한 번 놀랐다.

노인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렇게 큰 돈을 주셨다냐며 화 아닌 화를 남편에게 냈다.

나도 모르게... 

그냥 나도 모르게 왠지 화가 났으니까.

 

 

 

 

시부모님께 두 번째 내미는 막내아들의 요리 '바베큐'.

이번에는 부모님뿐 아니라 형제들에게까지 이 맛을 보일 수 있었다.

처음 맛 본 고기맛에 형제들의 칭찬이 이어진다.

맛을 떠나, 긴 시간 고기를 요리하기 위해 쏟은 정성을 향한 고마움에 대한 마음의 표시겠지만

그 칭찬 한마디에 남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맛을 떠나 정성...

그런 게 배려다.

그 배려가 필요한 곳이 또 있다.

 

시간 지나 생각해 보면 늘 별것 하지 않은 듯한 명절이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만 해서인지 할 일이 많아 손에 물 마를 틈 없고 마음이 급해지니

당연히 몸이 기진맥진이다.

나이가 벌써 환갑을 바라보는 큰 며느리며 50대  40대인 우리 며느리들...

나의 경우만 해도 한 해가 다르게 일하는 게 힘에 부친다.

일 겨우 마치고 바닥에 엉덩이 붙일 만 하면 또 일어날 일이 생기니 나중엔 너무 힘들어 눈물이 날 지경이 되고 만다.

고생많았으니 이제부터는 우리가 하겠노라 누구라도 팔 걷어부치면 얼마나 고마울까.

설거지를 기다리는 묵직한 수저 한 웅큼이 마지막까지 내 어깨를 끌어내린다.

 

난 딸만 둘이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결혼을 한다면?

옛날처럼 딸자식은 출가시키면 끝이니 공부시킬 필요도 없다 생각하며 키운 딸이 아닌데

내 귀한 딸이 남의 집에 가서 그 집 식구들의 먹거리와 명절 상차림을 위해 혼자서 한없는 노동을 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자기 집 일에 왜 남의 집 딸을 부려먹는지 원...

딸이나 며느리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아들이나

다 같이 힘을 합해 음식을 만들고 그러면서 이야기하고...

그런 광경을 꿈꾼다면 난 한국문화의 역적?

 

외국은 결혼한 아들은 며느리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들 내외가 오기 전 모든 준비를 다 해 놓고 오면 그저 먹고 이야기만 하다 가게 한다.

다른 식구들이 거실에서 텔레비젼 보고 웃고 떠들 때 혼자 부엌에 들어가 일하는 모습은 절대 있을 수 없으니

분명 우리나라와 다르긴 하다.

그래서 아들없는 난, 우리 친정엄마에게 잔소리를 한다.

며느리 욕하지 말고, 혼자 일하게 하지 말고, 서운함 남지 않도록 말 한마디를 해도 따뜻하게 하라고.

그래서 진짜 난 올케 흉 안 본다.

마음으로 흉볼 일이 있어도 엄마랑 함께는 절대...

 

명절을 지내고 집에 와 발렌타인 30년 산 한 병을 땄다.

홀짝홀짝 술이 들어가니 독일에 있는 딸에게 절로 전화를 한다.

"딸아, 넌 절대 결혼하지 마라. 00이게 전해라. 너와의 결혼 꿈도 꾸지 마라고. 내가 안 준다.".....

그랬단다.ㅜㅜ

물론 술에 취해서...

그 일로 남편이 다음 날 내내 날 놀렸다.ㅋㅋㅋ

 

 

 

원래는 트레일러가 있는 백양사 야영장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지난 캠핑 때 우리가 있는 곳으로 일부러 찾아온 캠퍼가 있었다.

부산에 사는 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한다는 그 분이 우연히 날 만나게 되어 미국산 트레일러를 구입하게 되었고

이왕 그렇게 된 김에 이것저것 궁금하면 묻겠노라며 온 것이다.

먼길을 우릴 보러 일부러 온 분.

난 조금 큰 싸이즈를 구입하셨으면 했는데 확장되는 밥켓 작은 싸이즈를 구입하셨다.

본인의 판단에 의해 구입을 하는 것이니 내가 이것 사라 지시할 수는 없지만 작은 밥켓을 사셨다 해 마음으로는 조금 아쉬웠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분 와이프의 비판이 쏟아진다.

여자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셨다.ㅎㅎㅎ

 

작고 아담한 밥켓.

그래도 다행인 건 후면으로 침대공간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작은 공간에 있을 건 다 있다.

테이블은 우리 콤파스보다 더 크고...

 

 

 

 

그런데 아무래도 처음인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 못 한다.

우리 초창기 때가 생각났다.

 

연결한 게 잘못 되어 뒷차에 불이 안 들어오고

허구한 날 후방카메라가 안 들어오고

자키 안 올리거나 덜 올린 채 출발한 적도 자주 있었고...

그런 모든 것이 다 골치아프다 생각될 때가 있었는데 이젠 남에게 비록 말뿐일지언정 아는 척할 수준이 되었나 보다.

 

 

 

 

부산 지인이 출발하던 날, 남편이 차의 견인부를 체크한다.

없는 걸쇠 대신 우선 철사로라도 구멍을 막아주고

결합이 부드럽지 않은 하네스도 몇 차례 시도한 후 차선의 방법을 알려준다.

 

 

 

 

하네스를 연결하면 뒷차에 동일한 라이트가 작동되어야 하는데 불이 들어오질 않았었다.

그걸 겨우 해결한 것이다.

이제 안심.

 

그렇게 그 부부를 보내고

우린 명절 연휴를 또 이곳에서 보내자 계획을 하며 트레일러를 야영장에 두고 왔었다.

그런데 못간 것이다.

 

 

 

명절의 남은 휴일을 집에서 보내려니 할 일도 없고 심심한데

텔레비젼에서 초초초고도비만이라는 어떤 여자의 다이어트 과정 이야기가 방영된다.

그 살을 보니 어휴...

보는 내가 다 걱정이 되면서 도저히 숨막혀 집에 못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하러 나가자" 

남편이 웬일이냐며 또 놀린다.

운동이라면 질색인 내가 자진해서 운동가겠다며 옷을 챙겨 입으니 놀랄밖에.

 

대충 옷을 입고

캠핑 때 주로 입는 거위털 겉옷으로 푹 뒤집어 쓰고

그 안에 머플러와 모자를 써서 완벽하게 추위 대비를 한다.

그런데...

신을 신발이 없다.

평소 캠핑장에서는 등산화를 신고 산을 올라다니지만 이런 평지는??? 

그나마 등산화도 트레일러에 있으니..

 

신발장을 매의 눈으로 스캔한다.

큰딸은 발이 워낙 커 내가 그 신발을 얻어 신을 수가 없는데 둘째딸은 나와 발 싸이즈가 같아 가끔 얻어 신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갈 때 다 가져가 버려 쓸만한 신발이 없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신발 하나.

구멍 송송 뚫린 여름신발, 낡았으니 버려야지 하다가 잊어버려 마침 그자리에 있는 운동화가 하나 보인다.

하도 오래전에 신던 것이라 촌스러운 하~~얀 색..

그나마 있는 게 어디냐 하며 아줌마 정신으로 남 시선 의식하지 않고 용감하게 길을 걷는다.

운동화 신을 일이 거의 없어 운동화라 해봐야 굽있는 운동화 한 켤레가 전부인 나.

앞으로도 이렇게 운동삼아 걷기를 계속한다면 당연히 하나 쯤 사야겠지만 글쎄... 계속은...안 하지 싶다.

그나저나 패션 한 번 죽인다.ㅋㅋㅋ

 

 

 

 

더 죽이는 앞모습.

검은 모자에 검은 머플러로 눈 뻬고 다 둘러 만화영화에 나오는 악당 우두머리의 얼굴같다.

그러니 남편이 또 놀린다.

얼굴이 없다며.ㅋㅋ

 

 

 

 

자기는 뭐 군고구마 장수같구먼.

 

바로 옆의 마트, 미용실, 사우나, 수퍼...

어딜가나 아무리 가까워도 꼭 차를 타고 다니는 내가 오늘은 무지무지 많이 걸었다.

5km는 걷지 않았을까?

신기록이다.

나이가 있으니 이제 꼭 운동을 해야 한다고 의사가 경고했었는데 그 말을 들은 지 한 오년 지나 처음으로 실행을 했다.

참 말 안 듣는 환자다.

캠핑장에서도 거의 안 움직이는데... 하지만 오늘 해 보니 할만 하다.

그래서 남펀에게 말한다.

 

"이제부터는 캠핑가서도 꼭 걸을게~"

설 연휴 마지막 날

우리 부부에게 보약이 될 약속 한가지가 연휴의 행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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