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부는 바람이 아직 세다.
바람막이에 등산화 그리고 남편을 위한 칼과 나를 위한 가위, 그리고 비닐봉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으니 들판으로 나가 쑥을 캐오기만 하면 된다.
강한 바람과 한참을 실갱이하던 봄 햇살이 승리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등이 급격하게 뜨듯해지며 땀까지 난다.
그렇다고 마음 단단히 먹고 시작한 일을 내가 그만둘 수는 없다.
한꺼풀 벗은 옷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 쑥을 캔다.
한 개씩 한 개씩.
그런데 씀바귀가 눈에 들어온다.
이것도 조금만.
그러다 문득 허리도 펼 겸 일어나 언덕너머를 바라보니 저런, 바로 옆에 물이...
둔덕이 있어 안전하긴 하지만 꿀렁대는 물을 보니 갑자기 무서워진다.
봉지에 담긴 씀바귀와 쑥을 들고 허리굽은 할머니가 되어 돌아온다.
싱싱한 풀을 보니 지난 번 맛있게 먹었던 전이 생각난다.
"이번에는 씀바귀도 함께 넣어 해볼까?"
깔끔하게 캔 쑥과 씀바귀를 잘 씻어 물을 뺐다.
엷게 갠 밀가루 반죽을 먼저 올리고 그 위에 씀바귀와 쑥을 얹으니 그림이 아주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봄을 품은 전'이다.
간장에 찍어 한 점 먹으니
"음~"
입안으로 봄이 들어온 듯 씁쓸하면서도 상큼한 향기가 넘실대는 게
올 한 해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뭔지 모를 기운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마구마구 솟는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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