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고 바람 불고 비바람 내리치는 봄, 상상 안될 일이 요샌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그것도 봄기운 완연해야 정상인 4월에...
바람이 어찌나 거세게 부는지 텐트가 무너지고 나무는 휘고 뽑히니 태풍에 버금갈 바람의 위력을
어처구니 없게도 봄에 체험한다.
쉬는 날이 만들어지면 늘 어김없이 캠핑장으로 향하는 우리인데 바람탓을 하며 오랜만에 캠핑을 잠시 잊고
집에서 쉬기로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집에서 쉬자 했건만 발길이 저절로 밖을 향한다.
그럼 그렇지...ㅎㅎ
어떤 지인이 말한다.
자신의 아내가 비가 오면 어김없이 부침개를 지진다고.
나의 경우 봄날씨가 스산해 적응하기 힘들어지니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더 자주 커피를 찾는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수다 수다...
수다가 얼마나 건강에 좋은데.
해보라, 수다 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니 이 음식이 먹고 싶어 싶어진다.
팥 칼국수다.
원래 난 국수나 인스턴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비가 오고 추워서인지 거친 팥국물에 국수 몇가닥이 생각난다.
그리고는 철 지난 코트의 가벼운 수선을 맡길 겸 옷집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딸아이도 함께 동행을 했다.
녀석 이런 곳까지도 잘 따라다니면서 캠핑가자 하면 절대 'No'하며 항쟁을 하니...
쉬는 날 집에 있어 봐야 어차피 하는 게 공부, 토끼, 텔레비젼이면서
특별히 하는 일없이 집안에서 왔다갔다 할지언정 캠핑보다는 낫다는 게 녀석의 생각인지
요샌 숯불에 고기 구워주겠노라 해도 절대 움직이질 않는다.
식물은 바뀌는 계절을 본능으로 아나 보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따뜻한 햇살을 골라 받은 언덕 위 한 그루의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길 곁에는 탐스러운 목련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언제나처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다.
'일할 때도 열심히 놀 때도 열심히.'
우리의 생활철학이다.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도 우리와 마찬가지겠지만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본 연주나 레슨을 위해 늘 자신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연주마다 대체적으로 곡이 다르니 그 곡을 위한 연구나 연습을 따로 낸 나만의 시간으로 커버해야 하고
개개인의 특성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일대 일로 가르치기 위해서도 그만의 또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늘 악보를 머릿속에 담아 두고 생각하고 흥얼거린다.
그게 곧 우리에겐 공부다.
그러니 캠핑장을 가서도 머릿속에 악보가 떠다닌다.
어쩔수 없는 우리의 직업습관이다.
이번 주는 집에서 쉬겠노라 하구선 결국 우린 딸아이만 집에 두고 캠핑장으로 갔다.
약 한 달, 짧은 시간이나마 주어진 여가를 즐기기 위해 캠핑 트레일러를 웅포에 두고 우리는 앞차만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무동력 캠핑카의 장점 중 하나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금강이 내려다 보이는 웅포 언덕 중간 쯤에 덕양정이 그리고 더 꼭대기에 금강정이 위치하고 있는데
두 정자가 있는 언덕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캠핑장 시설이 있다.
강변의 초록색 운동장 오른편으로 줄줄이 늘어선 캠핑사이트가 보인다.
각 사이트마다 배전함이 설치되어 있으나 아직 캠핑장 시범 운영중이라 전기사용은 하지 못한다.
5월부터 정식 오픈하고 유료운영을 할 거라 들었다.
우려했던 바람이 잦아들고 잔잔한 햇살만이 내리쬐니 볕 가까이 가고자 밖에 둔 의자에 나가 앉게 된다.
그곳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장님이 다가오시더니
둘이서 뭐하냐 놀린다.
차 한 잔을 함께 마시며 대화하던 중
밭에 심겨진 걸 보면 마늘이고 양파고 파고 우리 눈엔 다 파처럼 보인다 했더니
그말에 답답해진 이장님이 우리를 데리고 체험에 나선다.
그러더니 자신의 밭으로 데리고 가 마늘을 한웅큼 뽑아다 주시고는 다듬는 법을 가르쳐주신다.
이거야 뭐 파 다듬는 거랑 같으니 새삼 특별할 건 없지만 이장님 눈에 우리가 얼마나 한심했겠는가.
하지만 우리만 이러겠나?
우리같은 사람 세상에 널렸을 테니..ㅎㅎ
지저분하던 마늘다발을 말끔하게 손질하고 나니 반짝반짝 너무나 예쁘다.
이제는 요리법 강의,
잎 부분은 국이나 찌개등에 넣어 끓이고 머리 부분만 그냥 고추장에 찍어 먹던가 끓는 물에 전체를 데쳐 무쳐 먹으란다.
오케이,
그냥 먹는 것 보다 우리는 '데쳐서 무쳐먹기'로 한다.
자연 공부 첫 시간을 근처 밭에서 마무리 하고 다음 공부를 위해 금강변에 있는 밭으로 원정 나간다.
고들빼기, 씀바귀, 쑥...
쑥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알았다.
들판에 지천이라는 봄 푸성귀를 말로만 들었지 몰라서 늘 그냥 지나쳤는데
씀바귀는 이제 확실히 알겠고.
고들빼기는 아직도 긴가민가 해 비슷한 걸 캐놓고는 우리끼리 맞다 우기다 폭소를 터트렸다.
그동안 우리는 쑥도 늘 한 개씩 한 개씩 허리아프도록 머리숙여 캐곤 했다.
그런데 무더기로 엉켜있는 쑥을 본 이장님이 손으로 한 웅큼 부여잡더니 낫으로 그냥 베어버린다.
그리고는 이렇게 해서 집에 갖고 가 다듬는 거란다.
터프하시다.^^
우리가 하던 방법보다 낭만은 없었지만
시간이 절약되고 자외선 강한 봄 햇살을 쬐지 않아도 되니 나름 괜찮은 방법이다.
이 쑥으로 난생 처음 전을 부쳐 먹었다.
남들이 전을 부쳐 먹었다는 말을 듣고 시도했는데 음...기대 이상으로 굉장한 맛이었다.
어찌나 신기하고 맛있던지
전을 부쳐 사람들과 나눠먹으면서도 이 방법을 모르는 내 주변사람들에게 전파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헉헉... 오늘 우리 너무 많이 배웠다.
경험을 통해 자연을 공부하고 배우니 새록새록 삶의 활기가 오른다.
내 주변의 음악하는 동료들은 우리를 보면 매우 신기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생활 반경이나 사고력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매우 협소해 정말 뭘 모른다 말할 만큼 순진?하다.
그래서 우리처럼 캠핑을 다니는 사람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깟 쑥이나 나물 수퍼에서 사먹지 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고생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세계의 사람들이라
자신들이 생각하는 나름 '최고'의 선생님들이 이런 노동?을 즐긴다는 걸 아는 순간 다들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란다.
부는 바람 날마다 다르며 느낌 또한 갖가지, 가는 곳마다 있는 흙의 색깔이나 생김새 꽃이나 나무도 다 다르다.
자연은 늘 다른 것을 내게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런 여러가지의 감정을 어찌 책으로만 익히겠는가.
우리가 하는 이런저런 경험들은 우리의 음악적 표현에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좋은 걸 많은 음악인들도 해봤으면 좋겠다.
다양한 표현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별로 없어 밤 늦게 갔다가 반짝 하루 놀고 또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캠핑생활이지만
그래서 우린 그걸 힘들다 귀찮다 하지 않고 다닌다.
함께 캠핑하는 사람들이 우릴 보면서 그럴 것이다.
저사람들은 도끼비처럼 밤 늦게 왔다가 언젠가 보면 또 조용히 없어진다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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