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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 꽉 찬 추석.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1. 9. 1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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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 번씩 있는 명절 '추석'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하루 전 출발해 시댁으로 향한다.

두 누이는 출가했으니 빼고, 세 형제와 그들의 자녀 두 명씩 그리고 부모님.

이렇게 바글바글한 분위기를 생각하고 들어선 집에는 큰형님과 어머니만이 앉아 조용히 송편을 빚고 계신다.

나를 본 형님이 하시는 말.

"형은 아버님 모시고 사우나 가셨고, 이게 식구들 다야. 다 모였어.ㅎㅎ"

내 눈이 동그래지니 부연설명이 바로 덧붙여진다.

둘째 형님의 가족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처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게 되어 본의 아니게 불참이고

아이들도 다들 바쁜 자기 일들이 있어 이번에는 아무도 못 오게 되었다고.


'우리집도 큰딸은 며칠 전 독일로 돌아갔고 작은딸만 왔는데...'

그래서 올해는 달랑 일곱 명이 전부인 조촐한 추석을 맞는다.ㅠㅠ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니 우리끼리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고 편찮으신 부모님 대신 시골로 성묘까지 간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의 텃밭이다.

텃밭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넓은 공간이지만 굳이 운동삼아 조금씩 하겠다고 하신 게 벌써 십년이 넘는다.




그사이 부모님의 건강은 세월과 함께 쇠퇴해지고 그에 비례해 농사품목도 매우 단촐해졌다.

집과 너무 먼거리에 있어 드나들기 조차 버겁다는 밭일.

부모님의 상황을 알기에 광양에 사는 형님들 내외는 자주 들여다 보며 도움을 드린다 했다.

그런 두 형님에 비해 우린 바쁘다는 핑계?로 도와드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와보니 역시 달라지긴 했다.

이것저것 빠진 것 없이 다양한 작물로 넘실대던 밭이 콩, 들깨, 고구마만 한가득이고 자주 먹는 작물 몇가지가 

한켠에 옹기종기 심겨져 있다. 

 




그리고 작물 사이사이 허전한 공간을 예쁜 꽃이 메운다.




어머님은 젊은 시절부터 꽃을 유난히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것조것 없는것 없이 갖은 작물을 기를 때에도 어머님은 밭 작은 틈새까지 이용해 다양한 꽃씨를 심으셨고 

그것들이 피는 계절이 되면 화려한 꽃은 푸르른 밭작물과 묘한 조화를 이루곤 했었다.




그런데 이젠 부모님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니 이렇게 에쁜 꽃조차도 빈 공간 대체작물로 느껴져 

괜시리 슬퍼진다.

'어머니를 내가 잘 아는데... 얼마나 힘들고 지치면 밭을 저리 둘까...' 

가엾다.

세월앞에 장사 없다고 시부모님의 건강도 나날이 나빠진다.

시부모도 부모.

마음으로나마 늘 걱정되어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조금이라도 자주 뵈어야겠다 생각 중이었는데, 

지혜없는 조카의 생각없는 한마디에 내 마음이 상처를 입는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이상하다.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뒤에서 밀면 오히려 뒷걸음질친다.

올 추석은 나에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머니가 키운 파 몇 뿌리를 쭉 뽑아 시든 잎을 정리한다.

농약을 치지 않아서일까 밭주인을 닮아서일까 아이들이 비실비실한 게 다듬는 손에서도 힘이 후드드 빠진다.

파에서도 시부모님의 힘없는 어깨가 보인다.




토란잎에 맺힌 물방을을 보며 보석같다 신기해 하는 우리 둘째딸도 이런 내마음을 알까?

나도 부모고 언젠가는 늙고 병들 텐데...

어릴 때 나의 생각처럼 저 아이도 우리가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젊고 씩씩할 거라 생각하려나?

생각난 김에 말을 꺼낸다.

"우리가 죽으면 묘 만들지 말고 화장해서 깔끔한 납골당에 두고 너희들이 놀러오듯 쉽게 올 수 있게 해라"

조용해서 돌아다 보니

눈이 벌개지도록 훌쩍훌쩍 아주 슬프게 울고 있다.




착하고 맑은 아이.

저렇게 환하고 선명한 모습으로 이 세상을 멋지게 잘 살아주길 진심어린 마음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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