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둘째딸 현민이가 코스프레를 한다고 하다가 나와 한바탕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코스프레가 뭔지도 모르던 난 그때 처음 알았다.
만화책 주인공의 복장같은 좀 현실적이지 않은 복장과 역시 비현실적인 화장을 하고 거리를 누비거나
동호회원들끼리 일정 장소에서 모임을 갖기도 한단다.
처음엔 그런 딸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난 조금은 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이올린을 하는 언니나 첼리스트 엄마는 늘 이런 옷들을 입고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연주를 한다.
어릴 때부터 그런 광경을 보며 자랐던 아이라 자기 자신도 그런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현민이에게 이야기했다.
연주자에게 드레스는 '작업복'이라고.
소방관이 불 끄러 갈 때 갖춰 입는 소방복을 멋있다는 이유로 내가 입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냐고.
하지만 그런 말로 딸아이를 이해시키면서도 난 왠지모를 가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린 화려한 의상과 조명속에 남과는 조금 다른 일상을 지내고, 더불어 맛있는 걸 먹을 기회도 많다.
이 또한 딸아이에게 미안하다.
집에서 내가 해 주는 음식이란 게 늘 그저 그렇고 비슷해서...
그래서,
토끼에게는 특식삼아 담벼락에 배추를 걸어주고 우리는 외식하러 나간다.
오늘은 딸아이가 느끼한 걸 먹고 싶단다.
이제는 어른 못지 않게 마음이 넓고 깊어진 아이.
사춘기를 아주 쉽게 그리고 짧게 겪어 얼마나 고맙고 예쁜지 모른다.
공부도 제 계획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밝게 보며 올바르게 잘 자라고 있다.
날 닮아 그런가?^^
엊그제 드라마를 보다가 한 장면에서 난 마음이 뜨거워지는 걸 경험했다.
부자집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가난한 부부가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있는 손가락 씻을 물을 숟가락으로 떠 먹자
주변사람들이 당황하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기도 하는데
주인남자가 미소 띤 얼굴로 조용히 숟가락을 들어 자신도 그 물을 떠먹는다.
그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눈이 싸하고 가슴이 아프기까지 했다.
내 아이도 그런 어른으로 자라준다면 좋겠다.
미식가인 우리 딸,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먹으라며 엄마가 수퍼마켓에서 사다 준 인스턴트 스파게티만 먹다가
정통 이태리 식당의 크림 스파게티를 먹으니 그 고소함의 차이가 얼마나 크겠는가.
크림스파게티의 깊은 맛에 흠뻑 빠진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뭔가 큰일을 해낸 양 행복하다.
자식 입에 먹을 게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 만으로도 부모는 배가 부르다고 했다.
이럴 때 우린 그 마음을 실감한다.
시간 만들어 또 오자 말하면서
그저 미소만 나온다.
| 석양에 묻은 오늘. (0) | 2012.02.17 |
|---|---|
| 생각으로 꽉 찬 추석. (0) | 2011.09.16 |
| 토끼의 첫 풀밭 나들이. (0) | 2011.06.08 |
| 우리 '토끼' (0) | 2011.02.08 |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0) | 2011.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