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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묻은 오늘.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2. 2. 1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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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포 곰개나루.

곰이 금강물을 마시는 듯한 모양의 포구.

예전에는 색주가가 있을 정도로 매우 번성한 포구였단다.

역사를 품은 곰개나루의 금강이 몸을 아직 풀지 않아 곳곳이 얼음이다.

다가오던 봄이 엄두를 못내고 다시 되돌아갈 만큼 아직 강바람이 차다.

 

 

 

새로 조성되어 준공검사를 목전에 둔 캠핑사이트가 흐트러짐 하나 없는 정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강 곁을 지킨다.

각 사이트에 줄지어 정갈하게 깔린 잔디가 아직은 노란 흙과 친해지지 않아 보기에 부조화다.

 

장수 방화동 캠핑장의 10년 전 모습이 생각난다.

봄이면 어김없이 올라오던 여리디 여린 파란 잔디가 얼마나 예쁘던지 그것 보느라 일부러 캠핑을 갔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풀 하나 없이 흙과 돌멩이만 보이는 횡한 사이트가 되어 버렸다.

비가 오면 질척거리고 바람부는 날이면 흙먼지가 고스란히 날아와 그릇이며 테이블이 누렇게 되며

바깥에 오래 앉아 있자면 눈이 따끔거린다.

 

웅포의 사이트를 보니

아직 자리잡지 못한 채 겨울을 견디고 있는 잔디가 안쓰럽다.

이것들이 자라서 자리를 잘 잡는다 해도 과연 우리들의 발힘과 텐트의 압박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

차라리 잔 돌멩이를 깔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잠시 품는다.

 

 

 

주말에는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 이 주차장도 제법 북적거린다.

그럴 때면 주차장 한켠을 할애해 캠핑사이트를 만든 터라 결과적으로 주차공간이 부족해져 운동이나 산책을 목적으로 나온 사람들이

불편겠다는 생각이 들어 좀 미안해진다. 

 

곰개나루 주차장은 덕양정을 사이에 두고 두 곳인데 그 중 한쪽은 크고 나머지 한 쪽은 규모가 작다.

사진은 작은 주차장이다.

반대편은 주차장이 아래에 있고 돌무더기가 쌓인 윗땅으로 올라가면 그 위에 넓은 잔디와 나무, 넓게 흐르는 강물이 있다.

강이 보이는 잔디에서 캠핑하는 멋은 누릴 수 있으나 물건을 차로부터 들고 옮겨야 하는 불편이 따르고 화장실도 한 곳이라

캠핑장 저 끝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개수대와 화장실이 다소 멀다.

그래서인지 이쪽 주차장 주변 곳곳에서 캠핑하는 텐트들이 부쩍 늘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러워지고 망가지는 건 당연지사.

장기 캠핑중인 캠핑카 사용자가 보다 못해 더렵혀진 화장실을 청소하고 주변정리를 한다.

그러니 캠핑하는 사람들이 싫다는 마을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조용하던 마을이 주말이면 시끌벅적하고 관리할 사람은 없는데 쓰레기가 쌓이고 화장실은 더럽혀지니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한 번 더 생각해 행동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없는 사이 우리와 한동네에 사는 지인 캠퍼가 우리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날씨가 추워 부인과 딸은 집에 두고 아들과 둘이 나왔다는데 수줍은 아이의 얼굴이 귀여워 눈길이 자꾸 간다.

하얀 피부에 수줍은 미소가 아빠를 쏙 빼닮았다.

우리 아이들 어릴 때를 생각나게 하는 아이다.

우리 작은딸도 수줍음을 많이 타 낯선사람만 보면 내 뒤에 숨곤 했는데 내 딸과 이름도 같고 하얀 피부도 같다.

 

 

 

웅포에서의 몇 차례 캠핑 끝에 남편이 큰일 하나를 마무리 했다.

자가충전.

 

 

 

캠핑카는 히터, 냉장고, 온수... 가스를 사용할 일이 많다.

우리 트레일러에는 미국 가스통 두 개가 실려 있고 거기에다 우린 해바라기 버너를 위한 3kg가스통을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 충전소에서 미국 가스통 충전을 쉽게 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캠핑 나온 김에 바깥에서 자가충전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캠핑선배에게 배운대로 먼저 20kg짜리 가스를 주문한다.

그것을 이용해 미국 가스통 두 개와 3kg짜리 가스통 한 개를 충전하고 남은 가스는 호스를 연결해 즉시 사용하니

남편이 매우 흡족해 한다.

알뜰한 값에 가스를 사용해 좋고 미국통까지 충전하니 묵은 숙제를 끝낸 듯 마음이 가볍단다.

 

 

 

난 따뜻한 실내에서 편안하게 있는데 추운 밖에서 남편이 너무 고생이라 처음엔 크게 반대했었다.

행여 위험한 행위는 아닌가 걱정도 되니 그냥 모든 통을 국산통으로 교체하자며...

그런데 남편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가스 전공자가 위험하지 않다 설명도 해줬었고 이 뿐아니라 직접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배워 스스로 해야 한다며

또 그렇게 할때 마다 쾌감을 느낀단다.

흠 듬직하다.^^

 

 

 

저 차의 주인도 그렇겠지?

남편과 아빠라는 책임감으로 가족을 위해 힘든 일 마다 않고 자신만의 사랑을 표현할 것이다.

 

 

 

여러차례 드나들며 지낸 웅포 캠핑기간동안 우리는 참 좋은 사람들과 친해졌다.

 

대체적으로 음악하는 사람들은 늘 지내는 공간에서만 왔다갔다 하고 하는 일 또한 일정해서 시야가 매우 좁고

생각 또한 편협되기 쉽다.

그런 우리가 캠핑을 통해 다양한 전공과 직업을 갖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그로 인해 덩달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많은 것을 느낀다.

때로는 이 사람을 알게 되어 감사하단 기도가 절로 나올 만큼 마음 깊고 인품 좋은 사람들도 있어 

두고두고 친구 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만나면 반갑고 떠날까 아깝고 작은 배려와 세심함이 다 고맙고...

 

 

 

아깝고 고마운 또 한사람, 우리 큰딸.

씩씩하게 혼자서 모든 것을 헤치며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우리집 장녀다.

봄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는 딸도 기다리나 보다.

 

 

 

하늘에 그린 큰딸의 얼굴이 길게 뻗은 해그림자에 실려 심장을 꿰뚫고 들어오니 이내 가슴이 울컥해진다.

열심히 잘 살고 있다 했다.

캠핑친구, 음악친구, 독일에 있는 딸, 집에 있는 딸...

곰개나루의 아름다운 석양에 그들에 대한 좋은 기억과 추억을 꼭꼭 묻는다.

언젠가 이 석양을 다시 대할 때 난 또 그것을 꺼내 되새기며 뜨겁던 가슴을 기억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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