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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끼'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1. 2. 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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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토끼해라는 건 전혀 몰랐다.

작년 12월 중순경? 

저녁식사 후 부른 배를 진정시킬 겸 대형마트 산책을 하는데

불켜진 투명 상자 안에서 고물고물거리며 움직이는 토끼들이 눈에 들어 왔다.

사춘기 딸을 위해 강아지를 키워볼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강아지 짖는 소리에 고통받을 아파트 이웃들에게 영 미안해 차일피일 미룬 게 일 년 남짓이다.

토끼는 소리를 안내어 조용하고 애완용이라 크기도 작고 외로움 또한 타지 않는다 하니

집을 자주 비우는 우리 실정에는 아주 적합하다.

그 자리에서 "토끼 사줄까?"로 딸을 유혹해 두 마리를 샀다.

그 중 한 마리는 온 지 열흘만에 하늘나라로 먼저 갔고

처음부터 유독 활동성이 좋아 눈에 띄던 이 녀석만 남았다.

우리 딸이 이 녀석의 이름을 하도 자주 바꿔 난 아직까지도 이 녀석 이름이 뭔지 모른다.

그냥 '토끼'라고 부른다.

 

 

 

 

 

 

한 마리의 토끼를 위해 우리는 토끼집을 두 번째 바꿨다.

예전 집의 지붕이 낮다보니 위로 몸을 쭉 늘이면 천장에 머리가 닿아 몸을 마저 펴질 못한다.

높은 집을 구입해 남편의 솜씨로 이층에 침대를 설치해 주고 뛰다 관절 부러질까 봐 계단도 설치해 주고

안락한 느낌의 원단으로 침대를 치장까지 해줬는데도

이녀석은 자꾸만 나오고 싶단다.

 

 

 

 

 

 

간절히 원한다는 무언의 시위와 철창에 매달려 있는 폼새로 우리의 동정을 자극한다.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고 침대로 올라가 요염한 자태로 허벅지를 축 늘어뜨린 채

푸~~욱 쉰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이녀석은 우리집을 우리와 똑같은 비중으로 함께 이용한다.

거실이고 부엌이고 안방이고 화장실이고 안 다니는 데가 없다.

온 집안을 쏜살같이 누비며 마구 뛰어다닌다.

 

 

 

 

 

설거지하고 있는 나에게 자기 왔으니 먹을 거 있음 달라고 두 발로 서서 유리알같은 눈으로 호소해

말린 당근도 얻어 먹는다.

공부한 바에 의하면 아직 어려서 간식을 주면 안 된다 알고는 있는데 워낙 좋아하니

우리가 그냥 지고 만다.

이 녀석이 우리집에 오면서부터 딸의 사춘기적 성향이 완전 정상화 됐다.

꼬라지도 안 내고 툴툴거리던 말투도 상냥~~~^^

그러니 작고 귀여운데다 오줌까지 제 집에 가서 누는 이 착한 녀석이 우리 눈에는 그저 예쁘고, 

그 역할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연습실에서 레슨을 하다가 나오면 이 자세로 날 빤히 쳐다본다.

넌 누구냐는 듯이.

 

 

 

 

 

 

광주 시댁에 설을 쇠러 내려가던 날 토끼 역시 토끼장에 넣어 데려갔다.

강아지도 아닌 토끼를 토끼장에 가둬두는 것도 아니고 풀어 놓고 아무데나 다니게 하니

혹여 오줌이라도 쌀까 밟힐까 불안할 법도 한데

딸아이 때문에 기르게 된 걸 아는 어른들이 이녀석 풀어 놓은 걸 묵인한다.

역시 참 선한 분들이다.

그렇게 이사람 저사람에게 관심받고 얻어 먹어 배가 부르니 따뜻하고 푹신한 카펫위에 배 쭉 깔고 엎어진다.

그러더니 아예 옆으로 벌러덩 드러눕기까지 한다.

깜짝 놀랐다.

난 토끼가 저렇게 옆으로 누워서 쉬는 건 처음 봤다.

모인 식구들도 다들 어처구니 없어 배꼽을 쥐고 웃었다.

일시적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마치 강아지의 모습을 본 듯 해 정말 너무나 재미있었다.

 

 

 

 

 

 

어둠이 좋아서인지 꼭 상 밑으로 가 저 자세를 취해 네 다리를 쭉 뻗고 쉼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날 이후 이 모습을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으니 정말 기괴한 모습이다.^^

 

 

 

 

 

 

이렇게 뒷다리를 쭉 뻗고 엎드려서 쉬는 건 자주 봤는데 머리까지 옆으로 눕다니.^^

귀엽다.

 

 

 

 

 

귀찮을 법도 한데 작고 귀여운 이녀석은 이사람 저사람의 손길이 분주하게 지나는 걸  

전혀 거부하지 않는다.

토끼오줌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몰라 샀냐 여름에 어떻게 기르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주변에서 걱정들을 한다.

현재는 전혀 냄새 안 나던데....

아직 토끼와 여름을 나보지 않은 나는 

여름철 토끼오줌 냄새가 어느정도 독하며 어떤 냄새를 지독하다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더러운 게 질색이라 내색은 않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태산이다.ㅠㅠ

냄새 많이 난다고 물에 퐁당 넣어 목욕시킬 수도 없고 오줌 싸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다만 애완용이니 냄새도 내가 참아낼 수 있을 만큼 아주 쬐금만 났으면 좋겠다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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