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현민이의 미션수행

우리 가족 /우리 사는 모습

by 오스빈 2014. 6. 16. 08:53

본문

둘째딸이 오던 날.

하필이면 우리가 둘 다 바빠 인천으로 갈 수 없었다.

리무진버스를 자가용 삼아 혼자 내려오라 하고 한국 공항에 도착하면 리무진 타기 전 바로 나에게 전화하라 했었다.

딸이 되묻는다.

한국 잔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널리고 널린 게 한국사람인데?

지나는 사람의 핸드폰을 한 통화 빌려 쓰던지 인포메이션의 도움을 받던지 알아서 해보라 했다.

 

도착 당일,

나는 딸 전화를 기다리느라 핸드폰 전원을 끄던 평소와 달리 핸드폰을 진동모드로 해 놓은 채 혹시 올 지 모를 딸의 전화를 기다렸다.

그런데 안 울린다.

아무리 기다려도.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마구마구 흘러 밤 12시가 되었는데도 안 울렸다.

도착 시간은 저녁 9시 반이랬고 일본에서 환승 대기 중이라며 메일이 왔었으니 분명 인천공항에는 내렸을 터.

처음엔 그저 이러다 오겠거니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진다.

리무진 버스가 내리는 곳에 가서 기다리면 언젠간 오겠지 싶어 일단 나가서 기다리자며 남편을 재촉했다.

버스가 온다.

한 대 두 대...

그런데 물어보니 이제 남은 건 한 대 뿐이란다.

순간 머리가 쭈뼛 선다.

이거 어디에서 잘못되었나 눈앞이 깜깜해지며 가슴이 두근두근.

침착하자...

생각 그리고 또 생각을 한다.

리무진 기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 딸이 있는지 물을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다행히 기사로부터 여자학생 하나 타고 있다는 답변이 왔고 곧이어 도착한 버스에서 반가운 딸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런 쯧...

반가움보다는 '이눔의 자식' 하는 심정으로 국제미아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가슴졸였는지 모른다며 살짝 타박을 했다.

 

우리 현민이가 그렇다.

분명 똑똑하고 야무진데 숫기 없고 뒤로 빼려 하고.

그래서 사실 미션을 줬었다.

아빠가 필요하다 하니 올 때 드릴을 사와보라고.

한 번도 스스로 혼자 버스 탄 적 없고 쇼핑 같은 걸 해본 적 또한 없는 아이라 뭔가를 사는 것도 잘 못하는데

머리 꽤나 아팠을 것이다.

우리 예상대로 이거면 되냐 저거면 되냐 하며 수시로 국제전화가 몇 번을 오갔다.

결국 일하는데 방해된다는 이유로 내가 '꽥' 소리 한 번 지르고 마무리.ㅋ

현민이가 자신이 사온 드릴셋트를 내놓는다.

오우~

임무를 잘 완성했다.

마키타 18볼트 임팩트드라이버와 비트셋트 거기에 덤으로 일반 드라이버 하나 그리고 충전기와 배터리 두 개.

우리가 내 준 숙제를 완벽하게 해냈다 칭찬하니 또 몇 번을 말한다.

"나 잘했지?" 하며.

녀석도 참...^^

 

미국에서 살다 보니 엄마아빠 그리고 언니와 찍은 사진이 없더란다.

그렇다며 이젠 사진 꼭 찍을 거라고.

가족사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또 이런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바로 즉각반응을 하는 녀석.

ㅋㅋ 여전하다... 멀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얼굴 들지 않는 습관도 여전하다.

공기계라 전화가 되지도 않는 폰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앱을 깔아 페이스북을 열심히 한다.

 

현민이는 여리면서도 강하다.

자신이 다니던 학교의 대학진학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부를 더 강하게 해야 할 큰 학교로 옮기겠다 먼저 말해왔었다.

학교를 알아보고 옮기는 과정에서도 또 한 번 느꼈다.

의외로 야무지고 똑똑했다.

믿어도 될 만큼.

옮길 학교도 확정되었고 함께 살 호스트가족도 배정된 지금 현민이는 또 새로운 미국생활을 앞두고 있다.

새 학교, 새 집.

첫 유학보다야 쉽겠지만 모든 게 새로워질 새 학년은 현민이에게 조금 더 힘든 나날이 될 지도 모른다.

 

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난 늘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난 이번에 현민이의 강인함과 깊은 속내를 경험했다.

그보다 더 큰 믿음이 어디있겠는가.

잘 마무리 한 이번 미션처럼 유학생활도 잘 마무리 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생활도 스스로 노력하고 이겨가며

잘 이끌기를 기도한다.

'우리 가족 > 우리 사는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에게 여름은.  (0) 2014.08.26
가족과 함께 한 여름 캠핑  (0) 2014.07.24
제자들과의 하루  (0) 2014.05.15
첼리첼로 연주 뒷이야기  (0) 2013.12.27
토끼와 토끼주인  (0) 2013.10.1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