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틀, 해가 반짝~ 했었다.
그러더니 오늘 또 하늘이 궂다.
시부모님이 사는 광주에 들렀다.
가을맞이?
노란 꽃이 수줍게 피었다.
오늘은 시아버지의 병원 정기검진 날이다.
내 시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 저편에 묻을 만큼 모든 것을 잊고 사신다.
목에 걸린 이름 적힌 목걸이가 그 기억을 대신한다.
어린애가 되어버린 당신 남편을, 팔십 중반 시어머니는 사랑으로 인내로 늘 웃음가득 보살핀다.
언젠가 우연히 시간이 맞아 우리 부부가 병원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경험한 이래 어머니 혼자는 무리고 누군가와 함께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 진료가 예약된 날 일부러
우리의 스케줄을 맞췄다.
아버지는 걸음이 아주 늦다.
한 걸음 한 걸음 떼는 게 늦다보니 이제 막 걸음 뗀 아기 지켜보듯 천천히 보조를 맞춰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안한 다리때문인지 아버지가 보호자의 손에 힘을 잔뜩 싣는 습관이 있어 보호자의 팔이 꽤 아프니 어머니의 가는 팔로 그 무게를 지탱한다는 것이 그동안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내 남편이 병원 앞에 차를 세워주면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걷고 어머니는 기계로 가 환자 목록에 이름 입력을 한다.
그리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남편이 뒤이어 들어온다.
갈 때도 마찬가지.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 현관으로 나가면 어머니는 약국으로 가 약을 사 오고 남편은 주차장에서 차를 빼 와 현관에서 서로 만난다.
이렇듯 일을 나누니 한결 낫다.
아홉 자식 거두는 부모는 있어도 한 부모 거두는 자식은 없다더니.
왜 이리 우린 모든 것을 늦게 알아차릴까.
목욕이 힘들어 좀 도와 달라 했을 때 그것만 도와드리면 되나 보다 했던 무심한 자식이었다 우리는.
병원진료를 마친 후 바깥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광주의 유명한 지역특식 중 하나인 육전이다.
-예전 1박2일에서 팀원들이 먹어서 잘 알려진 것인데 이보다 크게 지저서 잘라 먹기도 한다.-
워낙 채소를 좋아해 고기를 잘 안드시는 시어머니지만 오늘은 꼭 잡숫게 해야 한다.
어젯밤, 시간 맞춰 가겠노라 남편이 전화를 드렸는데 대답이 너무나 작더란다.
마음이 짠했다.
-우리 시아버지 건강하셨을 때,
내가 전화하면 목소리가 밝아 들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했었다.
그때가 그립다.ㅜㅜ -
기운없어 대답도 들리듯 말듯 작게 하는 시어머니가 처음 먹는다며 육전을 맛있게 드신다.
-자식들 마음 부담될까 봐 당신 스스로 아버지를 기어이 모시려는 분이다.
욕심껏 모시다 보니 연로한 당신 몸이 벌써 지쳐있다.
매 끼 영양많은 식사라도 잘 하면 좀 나을 텐데 노인 둘만의 식사라 뻔하지 않겠는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내가 다 행복했다.-
도심 속 콘크리트 사이에서 고색 완연한 기와 얹고 단정하게 앉아 더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미미원.
그 작고 소담한 정원 곁을 손 잡은 문씨 부자가 지난다.
아들이 웃는다.
내 남편은 오늘 무척 행복했을 것이다.
어린 자신 보살피던 아버지에게 그 사랑을 다소나마 돌려드릴 수 있었기에.
| 승승장구 긍정 마인드 (0) | 2015.01.02 |
|---|---|
| 캠핑트레일러를 갖는다는 것 (0) | 2014.10.05 |
| 우리에게 여름은. (0) | 2014.08.26 |
| 가족과 함께 한 여름 캠핑 (0) | 2014.07.24 |
| 현민이의 미션수행 (0) | 2014.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