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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는 것

그 외.../자유로운 이야기

by 오스빈 2019. 12. 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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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던 가을 하루.

나란히 시간 내어 호젓한 드라이브를 나갔다.

구불구불 국도로 느릿느릿.

 

 

 

그러다 만난 담양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연인, 부부, 친구들이 여행지로 많이 찾는다는 곳이라는데 

그래서일까 

여기저기에서 사진 찍는 커플의 모습이 눈에 띈다.

 

남편이 차를 세운다.

 

 

 

"우리도 연인이니까 한 컷 찍자"

 

딸들이 각자의 일을 위해 집 떠나 있던 시간이 꽤 길었다.

그사이 우린 늘 둘.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거의 도란도란 콩콩콩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가고

 

 

 

차 한 잔의 여유도 함께 했고

 

 

 

각각 따로 있을 땐 틈새시간에 전화해 '보고 싶다' 고백하며 살았으니,

이만하면 연인 인정이다^^

 

내가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살 수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길어야 10년 남짓'이라고.

 

얼마 되지 않은 근래의 일.

앞만 바라보며 질주하던 우리를 맞이한 건 먼저 도착한 세월이었다.

예외 없다는 듯 옷자락을 잡아끌더니 하나 둘 건강에 흠집을 내기 시작한다.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프고

예전에는 못 느끼던 피로감도 쉬 찾아오고

떨어진 순발력 탓인지 다치는 것도 예사다.

높은 의료보험비 내는데 막상 우린 병원 갈 일 없어 아깝다 푸념하고

가입한 실비보험도 쓸 일이 없다며 툴툴거렸는데 

그게 다 큰 복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별수 없다.

 

 

 

검진.

 

 

 

또 검진.

시간 날 때마다 미리미리 병원 검진을 받았다.

MRA, MRI까지 넘나들며.

그럼에도 약 올리듯 갑자기 어딘가의 불편이 엄습을 하고 두 손 두 발 번쩍 들게 만든다.

 

어른들 말씀이, 나이 들면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니 큰 병원 옆에 살아야 한단다.

틀림없는 선견지명이고 경험에서 오는 지혜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서울 아산병원 주변의 아파트로 이사한 것을 여러 번 감사했었나 보다.

 

인간의 성장은 노화로 이어지고 누구나 그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70만 되어도 확연한 노인,

에휴...

그러니 내가 지금부터나마 막바지의 호강을 맘껏 누리겠노라 다짐하는 것 아니겠는가.

 

 

 

홀로 계신 우리 시어머니.

살던 집이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햇볕 잘 드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다.

그런데 그 손끝 야물던 어머니가 된장 항아리 마저 안 챙기는 것이다.

90의 연세엔 그 아무것도 중요한 게 없었던 게다.

 

나를 바꾸는 힘.

시간이 흐른다는 건 그런 거다.

 

 

 

내 아이들은 그들대로의 삶을 살아갈 것이고 난 이 아이들에게 적어도 짐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

'아프지 말고 최대한 건강하게 살다 가야 할 텐데...'

조급해진 난, 벌써부터 우리의 노년을 설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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