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습일은 화요일 저녁 7시다.
그래서 매 해 4월 무렵, 어차피 연습시간인 그 날 그 시간을 이용해 바깥나들이를 나간다.
연습실에서의 연습도 중요하지만 단원 간 유대관계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생각해서이다.
일차적으로 전용 연습실이 생긴 후,
연습 중간 휴게시간을 통해 우린 제법 많이 가까워졌고 이제 바깥나들이를 계기로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라 짐작한다.
모임 장소는 모꼬지캠핑장.
캠핑 생활을 유지하던 중 알게 된 분이 운영하는 곳으로,
우린 이곳을 베스트 챔버와 첼리첼로의 야유회로 인해 해마다 이용하고 있다.
시간 없어 캠핑을 못 다니는 우리에겐 그나마 두 단체의 야유회가 바깥바람 쐴 타당한 이유가 되고 있는 셈이다.
사장님의 배려로 이틀간 사용하게 된 트레일러다.
예전에 갖고 있던 캠핑 트레일러를 팔아버린 지금 이것이나마 빌려 쓸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캠핑카가 없으니 일단 냉장고가 가장 아쉬운데
고기며 음료를 보관하기 위해서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다녀야 할 판국에 이로 인해 그 고생을 면했으니 말이다.
우리와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한 단원들이 짐 정리며 채소 씻기 등 준비단계의 많은 일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이 트레일러에 물이 연결이 안 돼 바깥의 개수대에서 물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럼 어떠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듯 다 씻은 채소를 다듬고 썰며 하하호호 웃음에 젖는다.
이 트레일러의 이름은 '이보'.
예전에 우리가 사용하던 에어로라이트와는 약간 다르지만 미국 트레일러의 면모는 거의 흡사하다.
사용해 본 전력이 있는 터라 여기저기 선반들을 이용해 물건을 놓아가며 나름 효율성 있는 동선을 만들었다.
이곳이 이제 우리의 부엌이 될 곳이니까.
이곳은 다이닝룸.
큰 나무가 확실한 그늘 공간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위에서 떨어지는 나무가루?를 막을 길이 없고
밤 되면 떨어질 기온에도 대비해야만 했는데
한 단원이 갖고 온 이 스크린 텐트가 두 가지를 모두 해결했다.
자, 테이블보를 깔고 나중에 치우기 쉽게 일회용 비닐을 덮자~~
가져온 방석도 나란히 나란히 놓고...
고기를 책임질 남자단원들이 그릴 주변으로 모인다.
흠 든든하군^^
안에서 준비된 반찬접시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고
고기 굽기 시작.
여자단원 중 두 사람이 당일 저녁 잡힌 다른 스케줄 때문에 사실상 베스트 야유회에 불참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낮 시간을 이용해 일손을 보탤 생각으로 일찍 온 것이다.
그런 사연을 알고 난 문 샘.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예정에 없던 대낮의 고기 굽기를 실행한다.
오~~
맛있는 냄새^^
숯불 머금은 고기 향이 텅 빈 캠핑장을 채운다.
낮술?
대만에 다녀온 한 단원이 과자와 맥주를 챙겨 왔다.
맛은 봐야지^^
햐~~
다 구워졌다.
먹느라 테이블 사진은 없지만
한쪽에서는 굽고 한쪽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담소하며 먹고...
째깍째깍...
갈 사람 보내고 또 새로 온 사람을 맞으며 화요일 늦은 오후가 익어간다.
하나 둘 도착하며 다음을 향한 기다림...
그걸 본 문 샘.
이왕 고기 먹기를 시작했으니 먼저 온 사람부터 자연스럽게 먹자며 또 불 피워 고기를 굽는다.
비록 진수성찬은 아니나 단원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반찬이 되어 무엇보다 맛깔스러웠던 날.
모두가 같을 필요는 없다.
한 이는 이런 모습 또 저 이는 저런 모습...
다양함이 잘 섞일 때 비로소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맛이 탄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단, 잘 섞이고 함께 태워질 마음은 있어야겠지.
모습은 각각 다를지라도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는 하나의 불꽃같은 베스트.
리더 문 샘도 그런 베스트를 기대하지 않을까?
모였다 하면 우리 베스트 우리 베스트...
늘 걱정도 많고 바람도 많은 사람.
그럴 때 너무나 큰 힘이 된다는 남자 단원.
오늘도 문 샘은 그들에게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사뭇 가까워진 단원들.
섬세하고 선한 그들의 마음을 내 기억 깊은 곳에 새긴다.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말 말 말.
혹자는 이 날을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행사 같은 날이라 여겨 의무적으로 올 수도 있고 그러노라면 귀찮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를 주도하는 우리의 경우, 수년의 이 시간을 절대 이어가지 못했을 터.
이 시간은 우리 베스트에게
악보와 기술이 아닌, 서로에게 한 걸음 다가갈 열린 마음을 생성시킨 어디에도 없는 귀한 경험인 것이다.
고생했다며 고맙다는 말을 남긴 단원들이 줄지어 떠나고 우리 둘만 남겨진 밤,
많은 대화가 오간다.
고맙다 든든하다....
우리의 마음도 선물처럼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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