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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결혼

그 외.../자유로운 이야기

by 오스빈 2019. 1. 1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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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로 언니, 아래로 두 남동생과 여동생 하나가 있다.

제법 북적대는 환경에서 형제자매끼리 적당히 싸워가며 남들처럼 평범하게 지낸 것으로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광주에서 그렇게 살았고,

대학을 서울로 가면서부터 아무래도 내 생활이 다른 곳에 있다 보니 집과는 조금 멀어진 듯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한 발 더 멀어진 어느 날,

언니가 많이 아프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그 후 언니는 거짓말처럼 세상을 떴다.

 

언니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신체는 완전했으나 뇌의 기능이 불안전한 터라 보호자가 필요했던 언니에게 내 부모님은 날 언니와 묶어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언니 여덟, 난 여섯 살.

그러나 어린 내가 공부고 뭐고 뭘 알겠나.

공부시간과 쉬는 시간의 구분도 못해 아무 때나 뒷동산에 올라가 삐비를 뽑으면서 놀았다고 한다.

한 해 후 다시 초등학교 재수.

그렇게 언니와 나는 초등학교 동기가 되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6년 간 난 언니와 늘 짝꿍이었다.

'바보' '병신'이라고 아이들이 놀리면 언니를 향한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어 머리끄덩이 붙잡고 싸운 게 내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니를 사랑해서 내가 대신 싸워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싸운 후엔 언니를 늘 냉대했었으니 말이다.

언니랑 함께 간식 사 먹으라고 준 용돈으로 나 혼자 몰래 맛있는 것 먹고 오는 건 예사고

말 어눌한 언니더러 왜 넌 그렇게 바보냐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그 후 언니는 부모님의 뜻에 의해 성당에서 운영하는 야간중학교에 다니며 깃 하얀 교복을 입어는 봤으나 고등학교까지의 진학은 불가능했기에

학력은 거기에서 멈춰야만 했다.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광주로 가던 날.

차디찬 몸으로 누워 나를 맞이하던 언니에게 나는 얼마나 미안하다고 사죄했는지 모른다. 

나 혼자 먹었던 간식, 언니에게 몹쓸 말 내뱉으며 상처 주던 것...

지금까지도 마음에 짐이 되고 있는 나의 비열한 기억들이다. 

 

유학 가고 귀국하고 또 사느라 정신없고...

언니가 묻히고 난 후 난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언니에게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안개비가 오던 날, 우여곡절 끝에 언니를 만났다.

준비해 간 음식으로 언니를 추모하며 또 눈물.

불쌍해서 울고 미안해서 울고 보고 싶어서 울고...

 

언니가 하늘나라 간 시점이 언니 나이 서른. 그때 남편을 비롯 어린 두 딸이 남겨졌었는데

그중 큰 아이는 내 엄마가 맡아 키우고 둘째 아이는 형부가 맡아 키워 그 아이들의 나이가 벌써 서른 즈음이다.

그렇게도 실행하지 못하던 나의 '언니 보러 가기'를 기어이 실행한 이유도 큰조카의 일을 알리기 위해서다.

 

 

 

큰조카의 결혼.

친정 쪽의 개혼이다.

 

 

 

제 엄마의 얼굴도 모르고 자란 아이.

힘든 사춘기를 제외한다면 아주 잘 컸다.

지금의 나라면 엄마 노릇을 훨씬 더 잘했을 듯한데 왜 나는 매번 뒤늦은 후회를 하는 건지...

내 나이가 지긋해지면서 비로소 이 아이들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니

언니에게 또 미안할 일을 하고 말았다.

진짜 바보는 나다.

 

 

 

내 친정엄마와 아빠.

딸이 남긴 아이를 딸보다 더 귀하게 길러낸 대단한 분들이다.

또 다른 자식인 우리가 행여 언니의 잔재 때문에 힘들까 봐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도 단 한 마디의 말씀도 안 하셨다.

적어도 바쁜 나에게는 정말 그랬다.

 

 

 

딸이라 생각하며 키운 손녀가 결혼을 하니 얼마나 기쁘실까.

먼저 간 딸에 대한 그립고 애잔한 마음이 오늘따라 더하겠지.

 

 

 

촛불 점화를 위해 대기 중인 두 집안의 엄마들.

마주 잡은 손에서 엄마의 노고를 안다는 서로에 대한 격려가 보인다.

 

 

 

오늘의 주인공.

뭘 얘기하는 걸까^^

둘의 시작이 음악을 따라 걷는다.

 

 

 

우리 부부가 제일 잘하는 것이 연주.

그래서 했다.

축주.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잘 살라는 진심을 담아 어느 때보다도 정성스럽게.

 

 

 

사진 오른쪽 안경 쓴 이.

내 조카에게 또 하나의 엄마.

내 여동생이다.

둘은 나와 달리 한 집에서 산 시간이 많아 나보다 훨씬 가깝고 마치 친구처럼 세상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사이이니

누구보다도 이 결혼을 축하했을 것이다.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

 

내가 결혼생활을 해 보니 결혼하는 상대는 보통 인연이 아닌 게 분명했다.

이 아이들도 그것을 알 때가 오겠지?

화려한 잎들이 다 지고 앙상한 가지와 밑동만 남아도 내 곁에서 변치 않고 나를 바라봐 주는 나의 사람.

그게 서로의 상대인 것을.

 

 

 

주 서방 그리고 수진~

진심으로 결혼 축하한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 아빠~~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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