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둘째 딸이 올해 12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앨범에 넣을 어린 때의 사진이 필요하다며 스캔해서 보내달라 요청을 한다.
마침 바로 그날 우리집 프린터가 고장이 나 스캔도 출력도 안 되는데.
제자에게 상황을 말하고 도와달라 했다.
일 다 마치고 한가한 시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사진 파일을 나도 받고 싶은 거다.
그래서 딸에게 부탁했다.
나에게도 사진 재전송 해 달라고.
그런데 아뿔사.
와서 열긴 했는데 pdf파일이라 내가 늘 쓰던 방식과 달라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검색 검색...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니 열심히 시도.
컴퓨터 저능아인 내가 스스로 해결하려니 어렵고 당황스러웠지만 어찌어찌..
드디어 pdf파일을 jpg로 변환시키고 두 장이 한 페이지로 합쳐진 스캔본 사진을 한 개의 사진으로 나눠 내가 바라던 대로 바탕화면에 띄웠다.
그렇게 얻은 사진이다.ㅋㅋㅋ
아기침대에 눕혀 둔 갓난아기가 어떻게 떨어졌는지 밑에서 버둥거리며 울어 다시 올려놓기를 몇 차례.
그때 떨어진 충격 때문인가 우리 아이가 머리가 좀 좋~은 편이다. ㅎㅎㅎ
창밖을 바라보는 아빠의 뒷짐 진 손과 아이의 시선이 너무 귀엽고 정이 가 내가 참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다.
짱구머리와 툭 튀어나온 배, 기저귀 찬 통실한 엉덩이...
지금 봐도 귀엽다.
언니 옆에 서서 자기도 바이올린 하겠다며 똑같이 따라 하던 모습.
지금 저 언니는 독일에서 바이올린 공부 중.
이때만 해도 두 딸이 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려나 했었는데 한 아이만 전공을 잇고 둘째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며 안 한다.
장소가 어딘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아이 손에 들린 저 바구니만큼은 확실히 기억난다.
비인 유학 시절 폴란드에 놀러 갔을 때 샀었다.
그게 제 언니를 거쳐 둘째 손까지 간 것인데 들고 다니는 게 너무 귀여워 어딜 가면 저 핸드백?부터 챙기게 내가 교육을 시켰다.
초록색 외투 또한 오스트리아 특산품인 가이거의 양털 모직.
언니가 동생에게 또 그 사촌동생에게...
물려주고 또 물려줘 그 후로도 몇 명이 입었는지 모른다.
텐트 캠핑 때다.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한다.
아토피 피부인 우리 둘째 딸은 타고 난 성격이 참 까칠했었다.
그걸 고쳐주지 않으면 남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굳은 각오로 아이의 성격을 만들기 시작했고
말과 행동에 문제가 있을 시 엄격하게 꾸중을 했다.
그러느라 성적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
그럼에도 알아서 참 잘한다.
함께 캠핑 다니면서 흙과 나무, 벌레를 가까이 하니 조금씩 털털해지기 시작하고 성품까지 온화해지는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아이의 성격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잘 웃고 이해심 많고 유머러스한 아이.
친구 사귀는 것을 돕기 위해 생일파티는 항상 거~하게 챙겼었다.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시간 내서 파티하는 것 끝까지 지켜봐 주고 생활지도에 온 힘을 쏟았으니
이 아이의 성격을 바꾸기 위한 내 노력이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가상하다.
고슴도치의 사랑.
아빠는 뒤늦게 얻은 이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허구한 날 "우리 예쁜이 우리 예쁜이.." 하며 입술 뗄 생각을 안 했었다.
원 참... 그렇게도 예쁠까 쩝.
드레스 입고 연주회라는 것도 해 본 아이다.
계속했더라면 지금쯤 전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은 식은 죽 먹기일만큼 실력이 일취월장했을 텐데 그러기엔 실력이 쬐끔~ 모자란다.
저 연주 때 "엄마가 시간 맞춰 갈게" 하고는 일하느라 결국 늦었다.
부랴부랴 도착해 연주홀의 문을 열었더니 우리 딸이 마지막 남은 음 하나를 죽~ 긋더니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어찌나 미안하고 민망하던지...
우리 딸 아마도 그때 일 생생히 기억할 걸?
"우리가 언제 저런 적도 있었구나" 하며.
오래전에 찍었던 딸의 어릴 적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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