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소리에 새벽 어스름이 조용히 물러난다.
오전 스케줄을 마치고 점심을 지인과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남편 친구들과의 모임에 가기 위해 목포를 거쳐 해남으로 갈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녹녹하지 않다.
어떤 이에게 물었다.
50대 초반,
"그럼 인생의 큰 고비라 할 것은 넘어오지 않았을까?" 라고.
누구에게나 크던 작던 자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고비'라 말할 산은 있는데 아마도 '아직도 넘고 있는 중'일 거란다.
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그렇다는 걸 느낀다.
참으로 사는 방식도 여러가지, 눈 앞에 놓인 산도 가지가지, 문제 해결방법도 각각색색이다.
난 어떨까?
긴 물음을 마음속에 매달고 천천히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니 어느새 목포다.
목포는 일 때문에 한 번, 친구 만나러 한 번, 캠핑하러 한 번 왔었으니 지금이 네 번째다.
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이곳,
바다가 보이는 깔끔한 해변이 조용하면서도 정갈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규칙적으로 놓인 평편한 돌무더기 위로는 낚시꾼들이 군데군데 진을 쳤고 그 옆 도롯가에는 지나는 이가 주차한 차들이
병렬로 즐비하다.
캠핑 트레일러 한 대가 이곳에서 묵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우리도 시간 많은 언젠가 나중 나중에 목포에 오게 되면 이곳에서 하루쯤 묵어 보자 했다.
트레일러가 온다면 여기에 주차를 하고 이렇게 앉아 놀자... 언제 실행할지도 모르면서 말로만 계획을 열심히 늘어놓는다.
도로가 넓지는 않아도 드나드는 차가 별로 없어 트레일러를 세운다 해도 방해는 되지 않을 듯 하다.
서울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인데...
지방이기에 가능한 장점?이다.
"이제 해남으로 출발합시다.~"
그런데 얼마나 일찍 출발을 했던지 아직도 시간이 남는단다.
저런,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 어쩌나..
시간을 떼우러 근처의 대형마트로 간다.
하지만 이 역시 필요한 게 없고 살 게 없으니 돌아다니느라 다리만 아프다.
그러다 만만한 유제품 코너로 가 내가 좋아하는 치즈를 아주아주 자세히 들여다 보며 분석을 했다.
정말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다.
고다, 체다, 까망베르, 크림, 에멘탈, 모짜렐라, 파마산...
드디어 약속장소인 해남이다.
그런데 늘 그렇듯 오늘도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했나 보다.
어딜 가든 우린 너무 미리 도착을 한다.
성격도 참...
주변을 둘러본다.
고기를 잡으러 가려고 준비를 하는 것일까 돌아온 배일까?
작은 어선 하나가 뭔가를 열심히 하느라 분주하다.
먼 곳을 바라보니 그야말로 그림이다.
비닐을 깐 듯한 바닷물 위로 점점이 작은 배가 둥둥 떠있다.
주민 말이 이곳은 작은 어선들이 주변에서 물고기를 잡기에 작은 물고기, 즉 세꼬시가 자체 수급되고
큰 물고기는 바깥에 나가 경매받아 온다 한다.
약속장소는 수퍼와 낚시 가게 가운데에 위치한 횟집이다.
자연산만 취급한다는데 주인도 그리 친절하지 않고 그동안 내가 먹어왔던 것보다 맛 또한 특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국밥이면 어떻고 비빔밥이면 어떻고 칼국수면 어떠하리.
먹거리 보다는 그리운 친구들을 만나러 간 길이었으니 어떤 걸 먹어도 좋다.
넉 달여 만의 만남이라 그리 긴 해후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다들 만나면 너무나 좋아하고 예전에 비해
마음을 여는 대화를 하는 게 느껴져 나 또한 남편의 친구들에게 훨씬 더 정이 간다.
남편의 친구이긴 하나 우리 결혼하기 전부터 만나오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친구의 고배를 접하면 내 일처럼 아프고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을 접하면 짝짝짝 마음으로부터 박수가 나온다.
세월이 쏜살같이 흐르다 보니 어느새 모두의 머리에 흰 서리가 내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눈에는 그들이 인생의 모든 것을 정면에서 받아들이는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적당한 음식과 넘치는 대화, 그리고 방안 가득한 친구의 웃음...
친구들의 크고 우렁찬 이 웃음이 공허하지 않았으면.
다 잘 될거야.
그럼, 다 잘 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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