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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방화동캠핑장- 서로에게 고마운 사람

그 외.../자유로운 이야기

by 오스빈 2011. 4. 1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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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쩌다 캠핑을 하게 되었을까?

잠시 생각에 빠진다. 

 

사람이 좋은데 사람이 무섭기도 하고...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로 많이 지치고 아플 때,

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시간 되는 주말이면 휴양림을 찾았다.

그러기를 몇 해.

우리처럼 쉬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져서일까 휴양림에 예약제가 실시되고 발 빠른 사람들에게 치어 밀리자 

이젠 텐트 하나에 의지해 아무데서나 자는 '야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또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되돌아오면서 비로소 다시 한 번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고 사람이 다시 눈에 보이고...

그 무렵 신문화인 '오토캠핑'을 알게 된다.

 

캠핑인구가 많아진 지금, 

이제 우리는 예전과 달리 캠핑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한다.

사회 속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

그러느라 캠핑 말미 난 그 며칠 일어난 일로 인해 생각이 많아진다.

마음과 머리를 비우러 갔다가 색깔 다른 생각 하나를 머릿속에 넣어 오기도 하니... 

 

 

 

 

캠핑장에 가면 콤파스가 우리를 대변하고 오스와 오스빈이라는 닉네임은 곧 우리의 이름이 된다.

-난 오래전부터 닉네임 뒤에 되도록이면 실명을 표기했다.

내 언행과 글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위해서다.-

 

 

 

 

예전의 4월이라면 이미 반팔 입고 다닐 기온이었을 텐데 지금 캠핑장의 한낮은 그만하지 못하다.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힘찬 물소리가 게으른 봄을 책망한다.

 

 

 

이번엔 오랜만에 장수 방화동캠핑장을 찾았다.

 

벌거벗은 땅.

예전엔 푸르른 잔디가 캠핑장을 가득 덮었었는데...

아쉽다.

 

 

 

 

아무도 없는 캠핑장에서 집 짓고 밥을 해 먹고.

소일이랍시고 열심히 하는데도 가라앉는 적막이 무겁다.

 

 

 

 

심심한데 이제 무엇을 할까 골똘히 생각.

 

 

 

가벼운 산책을 하기로 한다.

 

우후죽순이라고 했다.

비오면 자라고 또 비 오면 쑥쑥 자라고.

"분명 이 길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대나무 여러 개가 길 한가운데로 자라 있던 길을 메웠지 뭔가.

 

 

 

 

휴양림으로 올라가는 숲 길.

마치 베토벤이 산책하던 비인숲(Wienerwald)라도 되는 양 이 길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하곤 했다.

- 난 적당한 어둠이 장막을 친 이 길이 참 좋다.

코스가 짧아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말이다. 

산책을 하던 중 내 눈에 걸린 것이 있었으니 바로 '쑥'.

되돌아가 비닐봉지와 칼을 준비.

뜯고

 

 

 

또 뜯고.

 

 

 

목적이 산책인지...

마냥 신이 나 봄 들판의 잘 자란 쑥을 똑똑 뜯으니 그만 나물 캐는 아줌마가 되고 만다.

 

 

 

 

그 덕에 맛있는 국이.^^

 

첫 아이를 임신한 임신초기의 일이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일어나지도 못 했던 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에 전화를 해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감기약이 있는지 물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기에 답변과는 상관없이 전화받는 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간호사가 내뱉은 대답은 '없으니 참으세요'였다.

쌀쌀맞은 사람같으니라구...

- 요즘 같으면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감기약이 있어 그걸 처방해서 먹으면 되는데 그땐 그런 게 없었다 -

남편도 일하러 가고 없는데 어쩌나 고민하다가 겨우 힘을 내 당시 대학생이던 친정 남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아픈데 쑥국이 너무 먹고 싶다고.

부엌일이라곤 모르던 남동생이 누나가 일러준 대로 국을 끓였고 고맙게도 난 그렇게 만들어진 국을 먹고 겨우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 후 쑥국은 내게 추억이 되어 봄이면 늘 그때 생각이 나고 

때마다 난 쑥국을 먹는다.

 

 

 

 

방화동의 바람이 제법 거세다.

이번에도 남편은 메쉬에그로 거실을 만들어 주었다.

눕고 싶을 때 누우라며 야전침대도 꺼내 펼쳐주고 일할 때 편하라고 테이블도 만들어 주니 

우리만의 좋은 쉼터가 생겼다.

 

 

 

 

그 안에 앉아 김치전을 부쳐 먹고 편곡을 하고 차도 끓여 마시고 새 스마트폰 연구도 하고...

느린 시간과 함께 한다.

 

 

 

 

그런데 전기를 꽂던 남편이 난감해한다.

하필이면 우리 사이트 쪽의 전기가 들어오질 않는단다.

고쳐보겠다며 애꿎은 문만 열었다 닫았다...

그러더니 신통치 않은지 그만 문을 닫고 다른 쪽 사이트에서 전기를 끌어왔다.

 

 

 

 

그렇게 들어오지 않은 전기를 포기하고 산책을 다녀왔는데 신기하게도 옆 캠퍼가 온 후로 양쪽의 전기가 다 들어온다.

저 사람이 고쳤나????

기술인지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해결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방화동 캠핑장은 동그란 원형으로 된 안 쪽 사이트와 그 주변을 도넛처럼 두른 바깥 사이트가 있다.

바깥 사이트 옆으로는 계곡이 있어 물 흐르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그런데 원형이다 보니 당연히 안 쪽보다는 바깥쪽 원형에 해당하는 계곡 사이트의 면적이 넓다.

하지만 계곡 쪽은 나무가 어리고 수도 적어 여름에는 좀 덥다.

우리가 위치한 곳은 바깥 사이트.

 

 

 

 

캠핑장을 둘러본다.

스노우피크사에서 리빙쉘 두 개를 합친 듯한 모양과 크기의 '랜드락'이라는 제품을 출시한 이후 캠핑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랜드락과 색깔마저 비슷한 국산 텐트들이 정말 많다.

일명 랜드락 짝퉁.

우리나라 텐트 업계는 어찌하여 독자적인 모델을 안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기술력, 아이디어, 소재 등등

절대 뒤지지 않는다면서 허구한 날 남의 디자인 베끼기에 급급하다.

 

 

 

 

몽고의 게르 같기도 한 저기 저 하얀 삼각형 집.

난 차라리 저런 독특한 집이 더 좋다.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외모가 매우 독창적이고 원단도 여타 텐트와 달리 면을 사용, 습기 조절 등 면의 장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또 흐른다.

 

화장실 건너에 하나 둘 각양각색 텐트 집들이 만들어지고

 

 

 

 

안쪽 사이트 역시 넉넉했던 공간이 점점 사람과 집으로 빼곡 채워진다.

 

 

 

 

전기료 하루 3000원, 허용 전력 2000와트인 이 분전함은 원래 문 하나 당 플러그 하나를 꽂게 되어 있다.

그러나 찾는 이는 여럿.

그러다 보니 전기분전함 속이 점점 문어발이 되는 것이다.

 

 

 

 

우리 건너편에 있던 캠핑 트레일러.

우리 집에 이웃하는 한 아파트에 사는 분인데 생각지도 않게 방화동 캠핑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젊은 부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조용하게 캠핑하는 모습이 참 잔잔하다.

내 나이 저 만할 때가 생각난다.

 

막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와 아직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채 사회에 내던져져 자리 잡으려 발버둥 치던 때.

누군가의 관심과 도움이 매우 절실했다.

그때 진심 어린 말과 행동으로 나를 듣든하게 했던 몇몇이 있었고 세월이 제법 흐른 지금까지도 그분들의 사랑과 친절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난 어떤 형태로든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제2의 나를 적극 돕는다.

작은 힘이나마 그들의 홀로서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캠핑하다 만난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항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나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러다 보니 도움이랄 것도 없는 일에 고마움의 메시지를 보내는 캠핑친구가 하나 둘 늘어나고 그로 인해 오히려 내가 마음 부자가 되니.

모두가 그랬으면...

서로에게 감사할 일이 넘치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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