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낙엽의 여운이 나의 뇌리에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는 12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신경써야 할 일거리와 연주들을 하나씩 마무리 하고 나니
캠핑이고 뭐고 그냥 집에서 씻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그냥 무방비 상태의 쉼을 하고 싶었다.
이정도의 일쯤이야 펄펄 나는 힘으로 뚝딱 해치우곤 했는데 이젠 자주 어지럽고 눈밑이 파르르 떨리고 몸살도 자주 난다.
나이가 들어감을 몸의 반응으로부터 먼저 느낀다.
그바람에 작은 시간이라도 나면 주변에 나가 시간 보내고 식당 가 맛있는 것 사먹고 텔레비젼 보고
그러다 내키면 밤새워 편곡작업도 해보고...
그렇게 여가를 보내는 날이 쌓여간다.
작은딸 현민이의 시험도 끝난 어느 날,
딸아이의 핸드폰도 바꿔줄 겸 오랜만에 집 근처 마트로 가 매장 구석구석을 훑으며 쇼핑을 한다.
일 년 전, 우리집 토끼를 여기에 와서 샀으니 우리에겐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백화점도 아닌 겨우 마트임에도 하나라도 놓칠세라 큰 눈이 더 커진다.
한가한 쇼핑에 목마른 티가 너무나 난다.
그리고는 장소로 옮겨 먹을거리를 고른다.
남편은 아직도 딸과 장난하는 것을 즐긴다.
아빠가 작곡?한 일명 '이상한 노래'를 어릴 때부터 줄곧 듣고 자란 딸은 아빠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은근히 즐기면서도
자작 노래만은 제발 하지 말라 한다.
사람들 들으면 창피하단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다 보면
아빠가 불러주던 그 노래에 얼마나 큰 사랑이 실려있었는지 알게 될 텐데...
우리 가족의 오붓한 시간, 독일에 있는 큰딸이 생각나 함께 할 수 없음에 허전하다.
하지만 그나마 이 상황도 감사하다.
언젠가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이 딸마저 우리 곁을 떠나면 그땐 우린 늘 둘만의 식사를 할 것 아닌가.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살았던 한 해였다.
늘 그러하듯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살았고, 주변을 돌아다보려 노력했고, 감사로 하루를 마무리 한 시간들이었다.
이제 2011년이 사라지려 한다.
다가올 새해.
지난 시간들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의 새해를 꿈꾸며 먼 곳에 있는 큰딸 현주에게도 마음으로부터 축복을 보낸다.
"사랑해요~"
| 기다리는 마음 (0) | 2012.02.09 |
|---|---|
| 방학에 나는... (0) | 2012.01.22 |
| 베스트 스트링 챔버 오케스트라의 탄생 (0) | 2011.12.10 |
| 첼리첼로와 낙엽. (0) | 2011.11.11 |
| 가을을 보내는 소리- 아르떼 피아노 트리오 (0) | 2011.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