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함께 하는 연주의 포스터가 드디어 나왔다.
또 하나가 시작이다.
이 연주 말고도 연주는 수시로 있다.
지난 주에도 연주, 어제도 연주, 12월말까지 연이어 있는 연주들...
연주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학 4년생들 졸업연주가 지난주까지 해서 끝났고
다음 주에는 학사과정 기말 실기시험이 있다.
그리고 또 그 다음 주에는 예고와 대학, 대학원 입시...
가르치고 심사해야 할 일도 줄줄이 기다린다.
이렇게 바삐 살다 보면 어느새 수첩의 마지막 장이 지나간다.
빳빳한 수첩을 넘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이가 너덜거린다.
새해 수첩을 준비할 시점이 또 온 것이다.
나이가 들었는지 예전같지 않게 늦은 일과에는 이제 몸이 지친다.
그래도 난 이런 바쁜 생활이 참 좋다.
언제까지 이 일이 유지될 지 모르지만
오래오래 계속 바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니까.
난 내 일을 그리고 첼로를 너무나 사랑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첼로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할 때가 참 많았었다.
첼로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나.
그렇게까지 좋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첼로는 내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날 지켜준 정말 눈물나게 고마운 존재다.
올바르지 않아 힘든 삶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좌절되던 삶에서
포장의 기술을 따라갈 수 없어 괴로워하던 삶에서...
모든 상황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준 내 삶의 몇 안 되는 생명줄 중 하나였다.
첼로에게 난 셀 수 없을 만큼의 큰 도움을 받았다.
그로 인해 지금의 나는
웬만한 어려움은 그냥 웃고 넘길 만큼의 노련한 여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난 베푼다.
날 믿고 따르는 나 밖에 모르는 내 제자들에게.
나중에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날 자신의 인생에 희망을 준 정말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해 주면 그걸로 되었다 생각한다.
물론 이들 또한
나에게 넘치게 받은 걸 또 누군가에게 더 많이 베풀 것이다.
그럴 만한 사람들인 걸 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내 마음속 첼로의 무게 못지 않게 내 제자들을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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